"히잡 안 써 경찰에 폭행 당했다" 이란 소녀 끝내 '뇌사' 판정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지하철을 탔다가 ‘도덕경찰’로 불리는 지도순찰대와 실랑이를 벌인 뒤 의식을 잃었다는 10대 소녀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IRINN 방송은 이날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건강 상태는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좋아졌다며) ‘뇌사’(brain dead)임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쿠르드계 소녀 가라완드는 지난 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남동부의 한 지하철역에서 친구들과 함께 열차를 탑승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드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가라완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열차에 탔다는 이유로 제지당했고, 여성 경찰이 그를 밀쳐 넘어뜨리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는 성명을 냈다.
단체는 “가라완드가 혼수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현재 삼엄한 보안으로 가족조차 면회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국영 매체 IRNA통신 등을 통해 “이번 사건에 어떠한 언어적·육체적 갈등도 없었다”며 “가라완드는 저혈압으로 쓰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가라완드가 친구들과 열차를 탑승하고, 곧이어 사람들이 내부에서 쓰러진 가라완드를 플랫폼으로 부축해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가디언은 “영상에선 객실 내부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편집된 영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건은 1년 전 ‘아미니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22살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는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체포돼 조사 받던 중 숨졌다.
유족은 그의 시신에 구타 흔적이 있다고 밝혔으나 이란 경찰은 아미니가 기저질환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아미니 사망 사건은 이후 대대적인 히잡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국제 앰네스티 등은 반정부 시위로 지난해 말까지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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