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희구지정
2023. 10. 23. 00:36
공자는 “부모님 연세는 알지 않아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 연세를 알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으로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부모님 연세를 앎으로써 건강하심을 기뻐하고 또 한편으로는 ‘벌써 노쇠하여 그 연세가 되었나’ 하는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쁜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는 의미를 담은 ‘희구지정(喜懼之情)’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겼다.
공자의 말에 대해, 주희는 “두려움을 느낌으로써 부모님의 남은 날을 아끼는 정성을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이 절로 생겨야 한다”는 주를 붙였다. 여기서 ‘부모님의 시간을 아껴드리는 정성’이라는 뜻의 ‘애일지성(愛日之誠)’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요즈음 대학생에게 부모님 나이를 물으면 정확히 답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60대 중반’이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부모님 연세를 늘 기억함으로써 ‘희구지정’을 가져야 한다. 송강 정철의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라는 시조를 외우게 하던 교육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다. 부활시키자고 말하면 뚱딴지일까.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유재석 울린 11살 소년 시인…암투병 엄마 잃고 아빠의 '약속' | 중앙일보
- 그 원룸엔 수액만 가득했다…中유학생 ‘코리안드림’ 비극 | 중앙일보
- "잘되면 차기주자, 안되면 나락"…한동훈 종로 출마설 총정리 | 중앙일보
- '여론 왜곡' 여론조사 퇴출…與보다 2배 센 해법 나왔다 [View] | 중앙일보
- "그가 열심히 일할수록 나라 망해"…책값 27배 뛴 中금서 일침 | 중앙일보
- "살충제 소용없어"…한국 뜬 빈대, 유럽이 치 떠는 그놈이었다 | 중앙일보
- "아들 둘만 땅 준다, 그럼 됐나"…칠남매 부친 생전 영상 '반전' | 중앙일보
- '창당 전문' 김한길 자주 보인다…다시 뜬 尹신당설 '성사의 조건' | 중앙일보
- 與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거론…‘푸른 눈’ 의사, 집권 여당 혁신 이끄나 | 중앙일보
- 송은이·홍진경 "나 아니다" 분노…책 보여주는 이 광고 뭐길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