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룡, 고비마다 대포

김효경, 고봉준 2023. 10.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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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김성욱(왼쪽)이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타 결승 투런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한 김성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서호철과 함께 가을야구의 깜짝 스타가 됐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에 또 한 명의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이번에는 ‘예비역 병장’ 백업 외야수 김성욱(30)의 방망이가 빛났다.

NC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1차전에서 SSG 랜더스를 4-3으로 물리쳤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대타 김성욱의 좌중월 2점 홈런에 힘입어 적지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역대 준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확률은 87.5%(32회 중 28차례)나 된다. NC와 SSG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 선발투수로 각각 송명기와 김광현을 예고했다.

NC는 지난 19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깜짝 스타를 배출했다. 무명에 가까운 내야수 서호철이 만루홈런 포함 홀로 6타점을 쓸어 담았다. 신예 포수 김형준은 결정적인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NC의 기세는 준PO 1차전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는 지난해 9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한 김성욱이 주인공이 됐다. 투수전 양상이 정점으로 치닫던 8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이 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던 SSG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시속 139㎞짜리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NC 마운드에선 우완 투수 신민혁(24)의 존재감이 빛났다. NC의 5선발인 신민혁은 이날 5와 3분의 2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4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가을야구 데뷔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침착한 투구로 SSG 타자들을 봉쇄했다. NC 타선이 뒤늦게 터진 탓에 포스트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박경민 기자

2만2500명의 만원관중이 가득 들어찬 이날 경기에선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신민혁과 엘리아스 모두 안정된 투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신민혁은 3회와 4회 무사 1, 2루 위기를 잇따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엘리아스 역시 4회 무사 1, 2루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이 때를 제외하고 엘리아스는 7회까지 모든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는 위력을 뽐냈다.

살얼음판 승부는 8회 들어 흐름이 달라졌다. NC 선두타자 서호철이 강습 타구로 포문을 열었다. SSG 유격수 박성한이 몸을 날려 공을 막았지만,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형준이 투수 앞으로 희생번트를 댔는데 이를 엘리아스가 잡아 2루로 뿌려 아웃을 만들어냈다.

흐름이 끊겼다고 판단한 NC 강인권 감독은 여기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좌타자 오영수 대신 오른손 타자 김성욱을 내보냈다. 왼손 엘리아스를 상대로 이날 오영수가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하자 펀치력이 있는 김성욱에게 중책을 맡겼다. 대타 경험이 많은 김성욱은 엘리아스의 초구를 받아쳐 2점 홈런을 뽑아냈다. 침묵하던 NC 벤치를 뜨겁게 달구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NC는 곧바로 이어진 8회 수비에서 류진욱이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9회 마틴과 서호철이 잇달아 적시타를 기록해 4-1로 달아났다.

준PO 1차전(22일·인천)

9회 수비에선 마무리 이용찬이 SSG 하재훈에게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1점의 리드를 지켜내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광주진흥고를 나온 김성욱은 2012년 NC의 창단 멤버로 데뷔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손목 힘이 좋은 그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2016년과 2018년에는 각각 15홈런과 13홈런을 터뜨리면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다 2021년 3월 상무에 입대한 김성욱은 병역의 의무를 마친 뒤 지난해 9월 제대했다. 그동안 NC에는 손아섭과 박건우 등 쟁쟁한 외야수들이 입단해 김성욱의 입지는 좁아졌다.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 가을야구의 깜짝 주인공이 된 김성욱은 “처음에는 홈런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제발 넘어가라’고 기도했다. 홈런을 확인한 뒤에야 기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고봉준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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