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감독대행이 새 감독 스케줄 구상?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20일 김태형(56)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을 2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은 3년 동안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지난해 말 두산에서 나온 뒤 1년간 해설위원을 지낸 김 감독은 “팬들의 열정이 가장 뜨거운 롯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만큼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롯데를 바꾸겠다”고 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7위(68승76패)로 마쳤다. 최근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위기감을 느껴 파격적인 조건으로 김태형 감독을 모셔왔지만, 선임 과정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매년 가을야구를 구경하고 있는 구단이라고는 납득이 되지 않는 느긋한 행보로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 감독의 롯데 부임설은 지난 17일 페넌트레이스 종료와 함께 퍼졌다. 일부에선 계약서 사인만 남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롯데 구단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롯데 구단은 10월 말 이후를 새 감독 선임 시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10월 마무리캠프를 진행해도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감독 선임이 늦어지자 롯데는 이종운 감독대행에게 마무리캠프 스케줄 작성을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누가 될지 모르는 다음 감독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감독대행이 밑그림을 구상하는 기이한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그러는 사이 야구계에는 여러가지 소문이 돌았다.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거나 김태형 감독이 다른 구단으로 갈 수도 있다는 루머도 떠돌았다. 롯데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제야 부랴부랴 움직였다. 이강훈 대표이사가 김 감독을 직접 만났고, 20일 보도자료용 사진도 찍지 못한 채 계약을 발표했다.
성민규 단장 교체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감독 선임은 프런트 가운데 현장과 가장 가까운 단장이 주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 시즌 막판부터 퇴진이 유력했던 성 단장 교체가 늦어지면서 이강훈 대표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맡았다. 2019년 9월 부임한 뒤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구단 변화를 천명했던 성 단장은 롯데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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