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2 모는 의사 “비행 중 몸 변화 직접 느끼며 치료법 모색”
뭔가가 저 멀리서 쏜살같이 다가오더니 굉음이 뒤따랐다.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고는 다시 위로 꺾어 까마득한 하늘로 올라갔다. 상승 자세로 미끄러지듯 내려오다 잠시 멈춘 뒤 다시 속도를 높였다. 기수를 코브라처럼 치켜세우며 비행하기도 했다. 미국 공군 전투기 F-22 랩터가 21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서 선보인 기동들이다. 이런 F-22의 조종사는 조종석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하와이에서 F-22를 몰고 한국으로 날아온 미 공군 제19 전투비행대대의 데이비드 정(34) 소령의 얘기를 들어봤다. 재미교포로 한국 이름이 ‘정선교’인 그는 미 공군에 2명밖에 없는 전투기 비행 군의관(Flight Doctor)이다. 군의관이면서 동시에 조종사인 보직이다.
Q : 어떻게 공군에 입대했나.
A : “듀크대학 시절 진로를 놓고 고민했다. 그때 F-22 조종사였던 비행 군의관을 만났다. 그의 권유로 비행 군의관을 꿈꿨다. 학군사관(ROTC)으로 졸업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녔다.”
Q : 비행 군의관의 임무는.
A : “조종사가 비행 중 겪는 신체적 변화를 체험·이해하면서 항공우주 의학의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게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행 군의관이 있는데, 전투기를 조종하는 비행 군의관은 매우 드물다.”
정 소령은 “2012년 F-22 조종사들이 호흡곤란을 겪어 F-22 전 기체가 비행 금지된 적이 있다”며 “비행 군의관이 원인을 조사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Q : F-22 조종사는 어떻게 됐나.
A : “비행 과정에서 성적으로 교육생 순위를 매긴다. 교육생은 개인 의사와 공군의 정원을 고려해 항공기를 배정받는다. 1등이 늘 F-22 조종사가 되는 게 아니다. 폭격기를 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F-22 정원이 매번 나는 게 아니다. 나는 운이 좋았다. 비행 군의관을 지원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 의술과 조종 어디에 집중하나.
A : “비행 경력이 3년밖에 안 됐다. 조종사로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종에 집중한다. 의사 면허 유지를 위해 2주에 한 번 진료를 본다.”
Q : F-22는 화려한 기동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타보면 어떤가.
A : “비행 중 고난도 기동을 하면 몸에 9G의 힘(몸무게 9배 무게)을 받는데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의사로서 실제 9G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느껴봐야만 항공우주 의학 치료와 안전사고 예방을 할 수 있다. 급격한 기동 때문에 목·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많다.”
정 소령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아 자랑스럽다”며 “한국의 뿌리를 늘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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