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젖소농장 ‘럼피스킨병’ 비상…사흘새 10곳서 확진
국내에서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10건으로 늘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도 김포의 축산농가(젖소·육우) 등 경기도와 충청도 6곳에서 발병이 추가로 확인되면서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병이 처음 확인된 지 사흘만이다.
전날인 21일 럼피스킨병이 최초로 발병한 서산 부석면을 비롯해 인근 태안군에서 의심 신고 4건이 추가로 접수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시료를 채취,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서산 발병 농장은 반경 10㎞ 이내에 414개 농장(홍성·태안 포함)이 운영중이다. 당진은 반경 10㎞ 안에 300여 개의 축산농장이 있다.
서산과 당진에서 럼피스킨병 총 3건이 발생하자 충남도는 한우(당진)와 젖소(서산)를 각각 매몰하고 농가 주변에서 방역활동을 했다. 발생 지역을 포함해 인근 지역 7개 시·군에서 9만9640마리의 소를 대상으로 백신을 긴급 접종하고 있다. 럼피스킨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도내 가축시장 10곳도 폐쇄했다. 20일 오후 2시부터 22일 오후 2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 소 농장·도축장·사료농장 등 축산시설 종사자와 자동차에 대해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충남에서는 대규모 한우단지인 홍성을 비롯해 서산과 당진·태안 등에서 한우와 젖소 등 53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전국 소 사육두수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홍성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금까지 큰 우려는 없지만,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모기를 퇴치하는 장치를 가동하고 있는데 결국 기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철 충남한우협회장은 “우리 지역(서산)에서 처음으로 질병이 발생하면서 인근 농장으로 전염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농림축산식품부에 긴급 행동지침(SOP)에 따른 발생농장 사육 소 살처분, 이동 통제, 검사·소독 등 방역을 완벽히 하라고 지시했다.
럼피스킨병은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고열과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 나타난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은 줄고, 유산과 불임 등으로 이어진다. 모기 등 흡혈 곤충으로 주로 전파되고 폐사율은 10% 이하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이 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생했고 2013년 동유럽·러시아 등으로 확산했다. 2019년부터 아시아 국가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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