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맞잡은 두 손, 서로의 손과 눈이 되어 '멋지게' 걸었다 [여기는 항저우]
윤승재 2023. 10. 22. 23:44
94년생 동갑내기 두 선수는 서로의 손과 눈이 되어 멋지게 앞으로 나아갔다. 대한민국 장애인 대표팀 대표로 대형 태극기를 맞잡은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아시아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축제 2022 항저우 APG 개막식이 2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44개국 중 15번째로 등장했다. 남색 단복과 붉은색 넥타이를 차려입은 159명의 선수단(선수 71명·경기 임원 59·본부 임원 29명)은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돌았다.
기수는 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스포츠등급 B2·서울시장애인체육회)과 태권도 간판 주정훈(스포츠등급 K44·SK에코플랜트)이 맡았다.
기수 선정 소식을 들은 김희진은 “제게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셔서 영광스럽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주정훈도 “부담스러운 자리라 많이 떨리는데, 한국을 대표해서 멋지게 걷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각오대로 두 선수는 선수단 가장 앞에 서서 ‘멋지게’ 걸었다. 대형 태극기를 두 선수는 흔들림 없이 경기장 중앙을 향해 나아갔고, 한국이 호명되자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박수를 자아냈다. 주정훈이 태극기 끝을 잡고 김희진 주변을 돌았고, 김희진은 꼭 잡은 깃대를 힘차게 흔들며 태극기를 펄럭였다.
기수 임무를 마친 김희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기수로 나라를 대표해서 등장을 해보니 가슴이 벅찼다. (경기에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너무 영광스럽다”라며 이날을 돌아봤다. 주정훈은 “가슴이 웅장해졌다(벅차올랐다). 다음 대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았다.
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은 이번이 세 번째 APG 출전이다. 아쉽게도 아직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세계최강’이라 불리는 일본을 꺾고 결승까지 진출, 준우승으로 2024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내기도 했다.
김희진은 “이번 APG에서 중국과 일본 등 만만치 않은 상대가 많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늘 그랬듯이 몸이 부서져라 막아내겠다”라며 대회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여자 골볼 대표팀은 23일 이란전을 시작으로 메달 여정에 나선다.
2020 도쿄 패럴림픽 동메달리스트 주정훈은 첫 APG 출전에 나선다. 태권도는 이번 APG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장애인 스포츠의) 메달이 쉬워 보이는 게 싫어서 더 이 악물고 훈련했다”는 주정훈은 “금메달 아니면 소용없다는 마음가짐으로 APG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정훈은 “그동안의 국제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붙어봤는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최초 금메달리스트가 돼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주정훈은 25일 남자 K44(스포츠등급) +80kg 경기에서 금빛 발차기를 지른다.
항저우=윤승재 기자·항저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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