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세일즈 외교' 통했다… 사우디 국빈 방문서 '21조원' 추가 유치

지난해 왕세자 방한 당시 맺은 40조원에 이은 추가 수출·수주 계약
40조원 MOU 후속조치도 논의… 삼성물산 및 한전 등 별도 체결
尹 "韓, 사우디 최적의 파트너… 메가 프로젝트에 韓기업 참여 관심"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리 기업이 사우디 측과 총 50여건, 금액으로는 21조원에 달하는 수출·수주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이 사우디 정부·기업·기관과 맺은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MOU와는 별개로 양국 간 인프라 협력 고도화 방안,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이 추가로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후 리야드 야마마 궁전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왕국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양국 간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대화하며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날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왕세자 방한 당시 체결된 290억달러 규모 계약과 MOU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왕세자 방한 후 9조3000억원 규모의 S-Oil 샤힌 프로젝트 착공과 벤처 투자를 위한 1억6000만달러의 공동펀드 조성, 현대로템의 60억달러 네옴 수소철도 입찰 참여 추진, 터보윈의 300만달러 규모 합작법인 설립계약 체결 등의 결과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추가적인 후속조치들도 구체화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45억달러 규모의 네옴, 옥사곤 모듈러 시장을 겨냥한 공장 투자 관련 공동사업협약서를, 한전은 7억달러 규모의 사파니야 열병합 사업 입찰 참여를 위해 사우디 파트너사와 MOU를 체결했다. 여기에 산업용밸브를 제조하는 비엠티도 2200만달러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90억달러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우리 기업의 50억달러 규모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 수주는 사우디 건설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성과"라고 언급하며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입찰 참여 중인 250억달러 규모 네옴 프로젝트 등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프로젝트에서 우리 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왕세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정상 임석하에는 경제 분야 2건의 MOU도 성사됐다. 우선 산업부와 사우디 에너지부 간에는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가 체결됐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와 달리 원하는 때에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고 대용량, 장기간 저장도 가능하다. 대통령실은 "수송, 발전, 난방, 산업공정 등 모든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무탄소 에너지원 중 하나"라며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와 수소차, 연료전지 등 수소기반 산업에서 최선도국인 대한민국은 수소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양국은 청정수소 생산-유통-활용 등 밸류체인 별로 워킹그룹을 운영해 양국 기업 간 협력과제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양국 통계청 간에는 '통계분야 협력에 관한 이행 프로그램 약정서'가 체결됐다. 통계생산 경험과 통계자료를 공유하고 새로운 통계 발전 방향과 통계법령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 방안도 다뤘다. 우리로서는 동절기를 앞두고 원유의 차질 없는 공급과 국제유가의 안정은 민생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가장 신뢰하고 협력하는 원유 수출국이 사우디임을 강조한 데 이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원유 공급 방안도 논의했다.

이에 맞춰 한국석유공사는 사우디 아람코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공동비축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코는 2028년까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울산 비축기지에 저장·판매하게 되는데, 국내 석유 수급 비상시에 비축된 아람코 원유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5년 임대기간 동안 대여수익도 보장받게 된다.

한편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불안정이 가중되고 있는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도 인도적 지원 등 필요한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리야드=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