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처럼 北 기습한다면… [신율의 정치 읽기]
北 도발 막으려면 압도적 군사력 보유해야
자체 핵무장 비롯해 군사력 확장 힘쓸 때
하마스는 왜 오랜 시간 준비 끝에 이스라엘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을까. 근대 전쟁의 특성에 대해 가장 정확한 분석을 내놓은 이 중 한 명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다. 클라우제비츠는 근대 전 발발 원인을 ‘우연’ ‘개연성에서 비롯되는 도박성’ 그리고 ‘이성에서 파생되는 정치적 판단’ 세 가지로 규정한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그리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을 때도, 많은 이가 상당히 의아해했다. 도무지 게임이 안 될 것 같은데 왜 도발을 감행했을까. 이런 ‘무모한’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도박성’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이성적인 정치적 판단보다는 도박성이 우위에 서게 된다는 의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가능하게 한 ‘참기 어려운 상황’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 봉쇄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6년간 이스라엘은 230만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물과 전기 그리고 생필품까지 통제해왔다. ‘창살 없는 집단 감옥’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의지하는 아랍 국가들이 연이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급기야 아랍 국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하마스는 고립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이슬람 3대 성지 중의 하나인 알아크사를 방문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벤그비르는 이스라엘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의 대표다. 그런 극우 인사를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을 통해 끌어안은 이유가 있다.
지난 2019년, 당시 총리였던 네타냐후는 3억원가량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언론에 대한 영향력 행시 시도 등 모두 3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 네타냐후는 총리로서의 자신의 ‘특권’을 이용하려 했다. 이스라엘 역시 면책 특권이 있는데, 이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의회 표결이 필요했다. 네타냐후는 면책 특권 승인을 받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당시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였던 중도파 ‘청백당’마저 면책 특권 승인 시도를 반대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네타냐후는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 재실시를 유도했다. 결국 네타냐후는 중도파와의 연정에 실패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2022년 11월 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와 연립 정부를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이타마르 벤그비르를 국가안보장관에 임명했다.
어렵게 정권을 다시 찾은 네타냐후는 이제 대법원 권한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스라엘에는 헌법재판소가 없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역할을 한다. 네타냐후는 사법부 권한이 비대하다면서 ‘사법 권력의 제한 혹은 무력화’를 시도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총리 해임 요건’을 완화한 개정법에 대한 대법원 검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총리의 사법 리스크,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사법부 무력화 시도 등으로 엉망진창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와중에 극우 정치인 벤그비르가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를 방문했고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내부 갈등에 쏠린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의도적 모욕 주기’로 받아들였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작전명이 ‘알아크사 홍수’라는 것을 봐도, 하마스를 비롯한 아랍인들이 벤그비르의 알아크사 방문에 얼마나 분개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국내 정치적 상황이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의 사법 리스크, 그리고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제도적 안정성의 침해 시도는 결국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둘째, 극단적인 성향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되면 적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결국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방식을 북한이 ‘학습’할 경우,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단시간에 5000발의 로켓 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아이언 돔을 순식간에 무력화시켰다. 북한은 자주포, 방사포, 장사정포를 동원해 시간당 1만6000발의 포탄을 남한에 쏟아부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하마스처럼 할 경우,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하마스와 북한의 차이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하마스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는 달리 군사력이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있다는 점도 차이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북한이 하마스 방식의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군이 자동 개입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북한이 ICBM을 들먹이며 미국을 협박했을 때, 미국 정부가 그럼에도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가다.
종합해보면, 북한이 하마스 방식의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압도적 군사력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핵 보유 없는 압도적 군사 우위가 과연 가능할까.
다음과 같은 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가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함께 실시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심층 대면 면접조사에서 ‘북한이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게 가능해진 경우에도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라는 응답은 34.4%에 불과했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 밖의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5.8%, ‘미국은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9.8%에 달했다. 이는 우리 국민 절대 다수가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한층 높이고 동시에 핵무장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과연 몇 개의 전쟁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이번 전쟁은, 자체 핵무장을 비롯한 우리의 군사력 확장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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