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 매우 높은 수준" 황희찬, 팀 동료도 활약에 감탄...감독도 "윙어 둘 뿐, 건강 유지해야"
(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울버햄프턴 공격수 황희찬이 팀 동료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황희찬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털리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본머스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도우며 팀의 2-1 승리에 일조했다. 황희찬의 맹활약으로 울버햄프턴은 리그 4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개막 이후 부진했던 흐름을 끊어냈다.
이번 시즌 벌써 5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황희찬은 A매치를 다녀온 후에도 휴식 없이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리그 6호골과 3경기 연속골에 도전했던 황희찬은 득점 대신 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선제골은 본머스의 몫이었다. 전반 17분 박스 안에서 빌링이 가볍게 내준 공을 솔랑케가 센스 있는 발뒤꿈치 슛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예측하기 힘든 슛 동작에 주제 사 골키퍼도 반응하지 못했다.
전반전을 0-1로 끌려간 울버햄프턴은 후반전에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는 황희찬이 있었다. 후반 2분 만에 네투의 패스를 받은 마테우스 쿠냐가 환상적인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어 황희찬이 상대 퇴장을 이끌어냈다. 후반 8분 볼 경합 상황에서 루이스 쿡에게 걸려 넘어진 황희찬은 분노를 표출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쿡이 느닷없이 황희찬 안면부에 박치기를 했다. 황희찬이 쓰러지자 주심이 달려와 곧바로 레드 카드를 꺼내 다이렉트 퇴장을 명령했다.
수적 우위에 서게 된 울버햄프턴은 본머스의 골문을 두드리더니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43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은 수비 2명이 달라붙자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사샤 칼라이지치에게 패스를 넣어줬고, 칼라이지치는 오른발 원터치 슛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황희찬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5골로 울버햄프턴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놀라운 점은 올 시즌 황희찬 외에 울버햄프턴 선수 중 리그에서 2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없다는 점이다. 팀 내 결정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황희찬의 활약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황희찬은 시즌 첫 두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해 활약했지만, 브라이턴전에서 교체 출전 이후 득점을 터트리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그 3라운드 에버턴전에서 선발로 나왔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만 부상 복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희찬은 A매치 기간 직전에 치른 4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 경기에 출전해 후반전 교체로 투입돼 세트피스 상황 때 헤더 득점을 터트리면서 '슈퍼 조커'로서 활약했다.
이후 9월 A매치 기간을 보내고 돌아온 황희찬은 리버풀을 상대로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선보였다. 이후 입스위치 타운과의 풋볼리그컵(EFL컵) 경기와 맨체스터 시티전, 애스턴 빌라전까지 3경기 연속 득점을 터트리며 팀의 주포로서 맹활약했는데, 이번 본머스전에서는 결승골을 도우며 활약을 이어갔다.
황희찬의 활약에 팀 동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울버햄프턴전 공격수 쿠냐는 이번 본머스전 이후 인터뷰에서 팀 동료들의 활약을 언급하며 "네투는 좋은 선수다. 이번 시즌 매우 좋은 수준에 있다. 네투뿐만 아니라 (황희)찬도 그렇다"라며 자신의 골을 도운 네투를 칭찬하며 황희찬까지 함께 언급했다.
이어 "우리 팀의 모든 사람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 수준을 유지하고 더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라며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는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게리 오닐 감독도 황희찬의 활약과 함께 팀 내에서 황희찬이 차지하는 비중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오닐 감독은 경기 후 이적시장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우리는 재능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다만 선수단 깊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어떤 윙어를 선택할지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팀에서 윙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황희)찬과 네투 뿐이다"라며 팀의 유이한 윙어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희찬은 이미 올 시즌 뛰어난 골 전환율을 보여주며 맹활약을 수치상으로도 확인받은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5일 공식 SNS를 통해 "황희찬은 올 시즌 득점 선수권 선수들 중 골문 앞에서 가장 깔끔하다"라며 황희찬의 골 전환율을 공개했다. 프리미어리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골 이상 득점에 성공한 선수들 가운데 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이 무려 41.7%를 기록한 황희찬이 1위를 차지했다.
황희찬에 이어서 뉴캐슬 공격수 알렉산더 이삭(33.3%), 토트넘 주장 손흥민(26.1%)이 2위와 3위에 자리했고,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엘링 홀란은 25%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록에 따르면 황희찬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총 12개의 슈팅을 시도해 5개를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황희찬은 지난 애스턴 빌라전 득점으로 공식전 3경기 연속 득점을 터트린 이후에는 울버햄프턴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축구 통계매체 '옵타(Opta)'는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5경기 연속으로 득점에 관여한 최초의 울버햄프턴 선수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 37라운드 마지막 홈 경기였던 에버턴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팀의 첫 홈경기였던 리그 2라운드 브라이턴전에도 득점을 터트렸다. 이후 리버풀을 상대로도 페드로 네투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리며 홈 3경기 연속골에 성공했으며, 맨시티전에서는 홈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까지 기록했다. 애스턴 빌라전 선제골까지 최근 5번의 리그 홈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황희찬의 득점이 없었던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다만 황희찬은 이러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애스턴 빌라전에서 승리하지 못하자,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쉽게 홈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양 팀 모두 잘 싸웠다. 매우 힘들었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승점을 얻었다"라며 "우리 팀은 매 순간 다음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 A매치 기간을 가진 뒤 휴식을 취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 내에서만 그의 활약이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황희찬은 팬서비스로도 울버햄프턴 최고의 선수라고 인정받았다. 영국 매체 '몰리뉴 뉴스'는 "맨시티전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의 현명한 제스처"라며 황희찬에 대해 보도했는데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이 맨시티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겨준 시간의 영웅이었다. 그는 경기 후 경기장 밖에서도 클래스를 선보였다.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다시 한번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이어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이 경기 후 한국 팬들을 만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부르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사인을 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황희찬이 이런 것은 처음이 아니다. 황희찬은 프리시즌에도 비가 쏟아지는 홈구장에서 팀이 루턴 타운과 0-0 무승부를 거둔 이후 팬들에게 오래 인사를 건넸다"라며 황희찬의 태도를 칭찬했다.
경기 내에서의 활약과 함께 동료와 감독의 칭찬과 걱정도 한 몸에 받는 황희찬이 올 시즌 얼마나 좋은 활약으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영향력을 키워갈지도 계속해서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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