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끝 구한 연봉 3.6억 그 의사…산청의료원에 찾아온 '변화'

안대훈 2023. 10. 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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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의료원 내과과장 "하루 50~80명 진료"


지난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에서 유재등(69) 내과 과장이 진료를하고있다. 유 과장은 산청군이 5차례 공고 끝에 채용한 내과 전문의다. 안대훈 기자
지난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산청의료원) 내과 진료실. 산청 생초면에 사는 박모(80대)씨가 유재등(69) 내과과장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았다. 거주지에서 산청읍에 있는 산청의료원까지는 버스로 30분 정도 걸린다. 박씨는 최근 거주지 보건지소에서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했다. 혈액검사 뒤 유 과장이 “괜찮아요. 당 조절 잘 되고 있다”고 하자 박씨는 안도했다. 박씨는 “의료원에 내과 전문의 선생님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산청의료원 내과 진료실에는 오전 9시 병원 문이 열리면 환자가 몰려온다. 군내 11개 읍면 곳곳에서 찾는다. 주로 혈압ㆍ당뇨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다. “속이 안 좋다” “기운이 없다”며 “무조건 내과”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오후 6시 퇴근하기 전까지 유 과장이 진료한 환자는 약 50명. 많을 때는 80명까지 본다고 한다.

지난 20일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 1층에서 내과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모습. 안대훈 기자

유 과장은 충북 청주 도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지난 6월 12일부터 산청의료원에 출근하고 있다. 연봉 3억6000만원(세전)에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유 과장은 산청의료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유 과장은 “도시에선 병원 유지를 위해 하루 1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봐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좀 복잡하거나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 환자는 기피했다. 여기선 좀 더 여유 있고, 여러 유형의 환자를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먼 데 안 가서 좋아…과잉 진료도 없어”


유 과장이 오기 전까지 산청의료원은 내과 전문의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지난해 4월 공중보건의가 전역하면서다. 산청의료원은 하루 평균 200명 환자 중 60% 이상이 내과 환자라고 한다. 9월 기준 ‘의료취약지’ 산청은 인구 3만3866명 중 1만3786명(40.7%)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하지만 대도시 지역보다 문화ㆍ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원을 꺼렸다. 산청군은 5차례 채용 공고 끝에 내과 전문의를 구할 수 있었다. 산청의료원에는 유 과장과 의료원장, 공중보건의 7명이 근무 중이다.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 전경. 사진 산청군

산청의료원을 찾는 군민은 “먼 도시까지 안 가도 돼 좋다”는 반응이다. 산청읍에서 진주 경상국립대학교병원까지는 차로 40분 거리다. 잦은 기침에 폐렴이 의심돼 이날 산청의료원을 찾은 강모(50대ㆍ산청읍)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시 병원에 가면 빨리빨리 하려고만 하는데, 여긴 상세히 여쭤봐도 조곤조곤 잘 설명해주신다”고 했다. 이어 “무리하게 이것저것 검사받으란 말도 안 해서 좋다”고 했다.

“시골 의료 인프라 부족”


하지만 유 과장은 시골 지역 의료 한계도 경험하고 있다.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ㆍ소변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는 가능하지만, 정밀 진단은 어려워서다. MRIㆍCT 등 고가 장비나 이를 사용할 의료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 내과에는 내시경 장비도 있었지만, 유 과장이 오기 전까지 사용할 의사가 없어 장기간 방치됐었다. 지금은 입원실도 운영하지 않아, 진단 후 질병 경과를 1~2일 지켜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지난 20일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 1층 내과 진료실에 비치된 내시경 장비. 활용할 의사가 없어 장기간 방치되다가, 유재등(69) 내과 과장이 부임하면서 사용 중이다. 안대훈 기자

유 과장은 “급성 신우신염(신장 질환 중 하나) 환자가 몇 케이스 있었는데, 약물 치료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서 하루 이틀 지켜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며 “심장질환은 혈관조영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상급병원이 있는 도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 수가 부족한 건 아니야"
그는 “의사가 시골에서 진료해도 생활이 될 만큼 인센티브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도 의사 수 자체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중에도 개인 의원 하다 망했거나 간호사 등 봉급도 주기 어려운 의원도 있다. 이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청=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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