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끝 구한 연봉 3.6억 그 의사…산청의료원에 찾아온 '변화'
산청의료원 내과과장 "하루 50~80명 진료"
산청의료원 내과 진료실에는 오전 9시 병원 문이 열리면 환자가 몰려온다. 군내 11개 읍면 곳곳에서 찾는다. 주로 혈압ㆍ당뇨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다. “속이 안 좋다” “기운이 없다”며 “무조건 내과”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오후 6시 퇴근하기 전까지 유 과장이 진료한 환자는 약 50명. 많을 때는 80명까지 본다고 한다.
유 과장은 충북 청주 도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지난 6월 12일부터 산청의료원에 출근하고 있다. 연봉 3억6000만원(세전)에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유 과장은 산청의료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유 과장은 “도시에선 병원 유지를 위해 하루 1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봐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좀 복잡하거나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 환자는 기피했다. 여기선 좀 더 여유 있고, 여러 유형의 환자를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먼 데 안 가서 좋아…과잉 진료도 없어”
유 과장이 오기 전까지 산청의료원은 내과 전문의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지난해 4월 공중보건의가 전역하면서다. 산청의료원은 하루 평균 200명 환자 중 60% 이상이 내과 환자라고 한다. 9월 기준 ‘의료취약지’ 산청은 인구 3만3866명 중 1만3786명(40.7%)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하지만 대도시 지역보다 문화ㆍ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원을 꺼렸다. 산청군은 5차례 채용 공고 끝에 내과 전문의를 구할 수 있었다. 산청의료원에는 유 과장과 의료원장, 공중보건의 7명이 근무 중이다.
산청의료원을 찾는 군민은 “먼 도시까지 안 가도 돼 좋다”는 반응이다. 산청읍에서 진주 경상국립대학교병원까지는 차로 40분 거리다. 잦은 기침에 폐렴이 의심돼 이날 산청의료원을 찾은 강모(50대ㆍ산청읍)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시 병원에 가면 빨리빨리 하려고만 하는데, 여긴 상세히 여쭤봐도 조곤조곤 잘 설명해주신다”고 했다. 이어 “무리하게 이것저것 검사받으란 말도 안 해서 좋다”고 했다.
“시골 의료 인프라 부족”
하지만 유 과장은 시골 지역 의료 한계도 경험하고 있다.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ㆍ소변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는 가능하지만, 정밀 진단은 어려워서다. MRIㆍCT 등 고가 장비나 이를 사용할 의료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 내과에는 내시경 장비도 있었지만, 유 과장이 오기 전까지 사용할 의사가 없어 장기간 방치됐었다. 지금은 입원실도 운영하지 않아, 진단 후 질병 경과를 1~2일 지켜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유 과장은 “급성 신우신염(신장 질환 중 하나) 환자가 몇 케이스 있었는데, 약물 치료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서 하루 이틀 지켜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며 “심장질환은 혈관조영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상급병원이 있는 도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 수가 부족한 건 아니야"
그는 “의사가 시골에서 진료해도 생활이 될 만큼 인센티브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도 의사 수 자체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중에도 개인 의원 하다 망했거나 간호사 등 봉급도 주기 어려운 의원도 있다. 이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청=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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