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자"...이희진 일당, 오카방 동원해 스캠코인 띄워

신혜연 2023. 10.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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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코인 시세조종 연루 의혹을 받는 이희진씨가 지난달 15일 오후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는 이씨의 친동생 이희문 씨와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모씨도 함께 출석했다. 연합뉴스

“A코인 호재인 듯”“A코인 지성매수 드가자”“B코인 저점 매수하자”
‘청담동 주식 부자’이희진(37)씨와 동생 이희문(35)씨는 직원들을 동원해 코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인 매수를 유인하는 글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유포해 스캠코인의 시세를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8월 9일부터 같은 해 11월 15일까지 4개 커뮤니티에 이희진씨 일당이 올린 매수 유인 메시지는 2936회에 달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지난 4일 이씨 형제를 특경법상 배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공소장에는 이들의 수법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이씨 형제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피카·A·B 코인 등 3종의 스캠코인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허위 과장 광고를 하고 실소유주를 속이는 등 기망행위를 벌이고 자전 거래로 가격을 왜곡하는 등의 행위로 투자자들의 돈 89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스캠 코인’은 사기를 위해 꾸며낸 코인을 뜻하는 말로, 일종의 ‘작전주’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졌던 주식투자자 이희진씨는 투자자들을 속여 최소 2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법원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씨는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강남 청담동 고급 주택이나 고가 외제차 사진을 올리며 재력을 과시해 주목받았다. 사진은 2019년 이전 이씨가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온라인에 공개한 외제차 사진들. 연합뉴스.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 형제는 2021년 8월 9일 전 직원을 초대한 ‘마케팅방’이라는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을 개설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카코인과 A,B 등 스캠 코인 거래를 유도하는 글을 매일 2개씩 작성해 올리고 링크를 채팅방에 공유하도록 지시했다. 직원들이 매수 유인 메세지를 뿌리는 동안 이씨 형제는 코인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자신이나 법인 명의로 보유한 코인을 스스로 매도·매수하기를 수백만회씩 반복하는 자전거래를 통해 시세를 끌어올렸다.

이씨 형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씨 형제가 스캠코인 발행 법인의 실소유주임이 드러나자 홈페이지에 “법인과 이씨 형제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글 직접 올렸다. 이씨 형제는 이 사건 발생 이후 스캠 코인을 발행할 때 새 법인 대표로 사회 초년생인 인턴사원의 명의를 내세우는 치밀함 보이기도 했다.

이씨 형제는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자호(23)·성모(44)씨와 짜고 피카코인으로 270억여원의 재산상 이득 취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2020년 9월 이들은 피카코인 발행 뒤 수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협약하고 역할분담을 했다. 공범들과 역할분담을 한 것도 이씨 형제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2020년 12월 코인거래소 업비트에 피카코인 상장을 신청하며 이씨 형제의 존재를 숨긴 사실 자체가 거래소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후 해당 법인은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 15편을 공동소유 작품으로 선보여 13편이 완판됐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6편만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공범인 송씨와 성씨는 지난 18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업무상 배임·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들은 이씨 형제의 코인 사업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차명으로 토큰을 발행한 후 자전 거래로 인위적으로 시세를 형성했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호재성 허위 과장 정보를 유통하고 투자자들을 선동해 토큰을 매수하게 유인”했다고 적시했다.

증권 방송계에서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던 이씨는 자신을 따르는 투자자들에게 고의로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불법 컨설팅을 해준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징역 3년 6월, 벌금 100억원 형과 추징금 122억6700만원을 확정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동생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선고유예형이 확정됐다. 2020년 3월 출소한 이씨는 다시 업무상횡령죄로 동생과 함께 기소돼 지난 4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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