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U자형 반등이 모델?…與 변화 이끄는 '비영남'인사들
“우리가 안 가던 곳을 가고, 안 만나던 사람을 만나야 한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며 중도층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당의 철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야(對野) 강경 일변도였던 당 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고선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참패가 우려된다는 고백이었다. 이 관계자는 “여당이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변모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김기현 2기’ 지도부 출범 이후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잦아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부터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자발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또 정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당내 각종 태스크포스(TF)도 통ㆍ폐합 방식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이런 변화는 최근 새로 주요 당직에 임명된 비영남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현수막 철거는 김예지(비례대표) 최고위원과 박정하(강원 원주갑) 수석대변인, 정쟁 유발성 TF 통폐합은 유의동(경기 평택을) 정책위의장의 의견이었다. 유 의장은 오는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최고위 참석자는 “새 주요 당직자들이 들어선 이후 브레인스토밍이나 난상토론이 이뤄지는 등 수평적 토론이 가능해졌다”며 “조금씩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거듭 가슴에 새기겠다”며 “우보천리의 자세로 차분하지만 확실한 변화, 내실 있는 변화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뚜벅뚜벅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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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與, MB ‘U자형’ 지지율 반등 벤치마킹하나
정치권에선 민생을 앞세우는 국민의힘을 두고 ‘중도 실용주의’를 내세워 지지율 반등을 끌어냈던 이명박(MB) 정부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직후인 2008년 1분기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2%(한국갤럽 기준)였지만, ‘광우병 사태’로 인해 2분기 지지율은 21%까지 급락했다. 이어 이듬해인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 이어지며 이명박 정부는 ‘얼리 덕(Early+Lame duck, 조기 레임덕)’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이 전 대통령이 중도 실용 및 친서민 행보로 국정 운영 방향을 수정하며 집권 3년 차인 2009년 3분기엔 36%, 4분기 47%로 ‘U자형’ 반등을 이뤄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공약이던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폐기하고, 야권의 대선후보(정운찬)를 총리로 영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반등은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사례”라며 “그 기저엔 정쟁보다 민생을 앞세운 당ㆍ정ㆍ청의 전면적 국정운영 기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현 여권 전체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가 설치를 약속한 혁신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 역시 관심 포인트다. 누가 수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당 혁신 의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혁신위원장으론 60대 이상의 외부 출신 인사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당 관계자는 “당사자의 최종 수락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며 “이르면 23일 혁신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을 대비한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원회도 이달 중 구성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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