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발 신당론도 불씨…'현역 비명'vs'원외 친명' 잡음이 뇌관

성지원 2023. 10.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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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하지 않겠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예상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비(非)이재명계 중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던진 이 말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당 지도부는 곧장 이 의원의 발언이 “해당행위”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 직전 당내 갈등이 격화하던 시기였다.

그때와 달리 최근 민주당에선 ‘결별’이나 ‘분당’ 등 극단적 표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영장 기각 후 ‘이재명 체제’가 공고해진 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로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신당론의 한계로 지목된다.

그러나 당내에선 현 상황이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休戰) 상태’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른바 ‘가결파’에 대한 징계 문제가 대표적인 뇌관으로 꼽힌다. 친명계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20일 “당 전체에 대한 위험한 발언이나 체포동의안 가결, 부결 과정에서 일어난 일종의 협잡 행위는 처리돼야 한다는 당원의 요청이 있다”며 “해당행위에 버금가는 행위들이 있었고 매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갈등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당내에선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를 주축으로 각 지역구에서 이른바 ‘비명계 찍어내기’ 흐름이 벌어지는 걸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명 원외 인사들은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총선에서 해당행위자를 정리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구독자 85만명의 민주당 성향 유튜브 ‘새날’은 최근 비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집중분석하는 콘텐트를 연달아 올렸는데, 강성 지지자들은 댓글에서 “총선 때 꼭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유튜브 채널인 '새날'에 최근 올라온 영상들. 비명계인 조응천, 박용진 의원 등에 대한 분석 콘텐트가 올라오자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은 댓글로 ″공천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유튜브 '새날' 캡처


비명계도 반격 카드를 꺼냈다. 20일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윤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부역했다’ 등 허위ㆍ비방성 현수막을 건 당원 A씨에 대해 징계 청원을 냈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복귀 후 A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통합’ 메시지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권리당원 50%와 일반국민 50%로 경선을 치른다. 현역 의원의 경우엔 지명도 등에서 프리미엄을 갖고 있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는데, 당원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경선을 치러도 '개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친명계 원외 인사가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수도권엔 민주당 현역 의원이 많고, 도전자도 많은 등 절대 숫자가 많다는 점도 야권발 신당론을 부추기는 요소다. "물리적으로 걸러야 할 인원이 많은 데다, 비명계가 경선룰에 불만을 가지게 되면 원심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민주당 관계자)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이탈한 의원과 여권에서 이탈한 인사가 제3지대에서 모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마저 제기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신당 '새로운선택'을 창당한) 금태섭 전 의원까지 함께해서 중도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3자 구도로 가게 돼 유권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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