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 진입 곧 착수", 팔 주민엔 "안떠나면 테러범"

박형수 2023. 10. 22. 1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서안지구에 이어 레바논까지 전방위 공격을 이어가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는 인도주의 위기와 확전을 우려하며 휴전과 평화적 해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전쟁에 다음 단계가 오고 있다”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며 가자지구 지상 진입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BBC·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도시 제닌에 있는 난민 캠프의 이슬람 사원인 알안사르 모스크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 하마스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은 뒤 가자지구가 아닌 서안지구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와파는 이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의료진 최소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슬람 구호기구 적신월사 의료진을 인용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사망자 신원에 대해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소속 테러 요원”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의 모스크를 공습했다. 사진은 한 남자가 파괴된 건물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 "전쟁 다음 단계 준비"…가자 이어 서안 공격


IDF는 해당 모스크가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지휘 본부로 활용됐다면서 사망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수차례 공격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21일 밤부터 22일 오전까지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동안 진행됐다. 팔레스타인 언론은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의 라파를 공격했고, 남부 중심도시 칸유니스에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폭격은 21일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이 “우리는 전쟁 다음 단계에서 우리 군에 대한 위협을 최고화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다”고 발언한 뒤 몇시간 만에 이뤄졌다. 외신들은 하가리 대변인이 언급한 ‘전쟁의 다음 단계’를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으로 해석했다.

같은 날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 역시 이스라엘 북부를 담당하는 골라니 여단 지휘관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 요원과 하마스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작전 및 임무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가자지구 국경 근처 부대를 방문해 “곧 내부에서” 가자지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IDF는 22일 가자 북부 주민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경고 전단을 살포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전단엔 아랍어로 “당신이 가자 북쪽에 남아있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남부로 대피하지 않기로 선택한 모든 사람은 테러 조직의 파트너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를 공격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즈볼라와 교전 격화…美, 중동 사드 배치 시작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도 이어가고 있다. 21일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 하니타 집단 농장으로 여러 발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전투원 6명이 숨졌다”며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 이후 레바논 접경 일대에서 벌어진 최악의 사태”라고 전했다.

양 측의 교전이 격화되면서 전면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헤즈볼라의 이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에서 “우리는 이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 지상전을 이스라엘군의 무덤으로 만들 것”,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진압하려 하면 역내 다른 저항군들이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나"고도 말해,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진입이 확전의 계기가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수십만 발의 로켓과 미사일, 각종 무인기 등으로 중무장한 단체다. 이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뛰어들어 이스라엘 북부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경우, 자칫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다면 "상상할 수 없는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참전을 결정한다면 제2 레바논 전쟁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상상 못할 강력한 힘으로 공격할 것이고 이는 그것(헤즈볼라)과 레바논에 파괴적인 의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21일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전쟁 개입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시작하고, 병력 증파 준비에 나섰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의 확전을 피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2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에서 메르카바 탱크 주변에 서 있는 이스라엘 군인. AFP=연합뉴스

라파로 구호품 소량 전달, 빈손 종료된 평화회의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가자 남부와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연결하는 이집트의 라파 국경 통행로는 21일 오전 1차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대가, 22일엔 2차분을 실은 트럭 17대가 통과했다. 2차 구호품에는 1차분에 빠졌던 연료도 포함됐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라파 통행로를 거쳐 구호품이 운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파 통행로의 개방은 지난 18일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조건부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라파 통행로는 가자지구를 전면 포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은 유일한 지점으로, 가자지구로 물과 식량·의약품·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생명줄로 꼽힌다. 유엔은 이날 반입된 구호품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 타개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며 최소 트럭 100대분의 구호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1일 중동과 유럽 주요국가의 정상 및 외무 장관들은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분쟁 해법을 논의하는 ‘카이로 평화회의’를 열었지만 공동 선언을 채택하지 못했다.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불참했고,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비교적 급이 낮은 이집트 주재 대리 대사를 보내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서방 주요국과 아랍권 간 시각차만 확인한 채 빈손 종료됐다.

2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유럽·중동 주요국의 대표들이 모여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의 종식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신화=연합뉴스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유엔개발계획·유엔인구기금·세계식량계획·유엔아동기금 등 5개 국제기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2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3+3' 형식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지난해 출범한 '3+3' 형식 회의는 이란·러시아·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조지아의 외무장관이 참여해 협력을 논의하는 플랫폼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에서 러시아가 어떤 논의를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하마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으며, 갈등 해결 방안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양측 사망자는 6000명(22일 기준)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은 최소 4651명 사망했으며, 이중 40%가 어린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같은 기간 하마스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이 약 14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