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장기매매 합법화 외친 '전기톱' 대선후보…'아르헨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서유진 2023. 10. 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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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가 2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가운데, 예비선거 결과 1위였던 하비에르 밀레이(52) 자유전진당 후보의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는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 중도우파의 야권 후보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 장관과 3파전 양상 속에 근소한 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2일 진행되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이들 후보 중 1위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바로 당선된다. 만일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달 19일 1·2위 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현지에서는 압도적인 1위 후보가 없는 상황이라 다음 달 결선투표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외신 등은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1위(지지율 29.86%)를 기록했던 밀레이 후보의 결선 투표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 후보는 경제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2년 전 정계에 입문한 그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폐기 및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등을 주장하는 한편 마약과 장기 매매 허용, 낙태법 반대 등을 논쟁적인 대선 공약을 내세웠다.

반중·친미·친이스라엘을 주장해 '아르헨티나의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다. 유세 기간에는 "불필요한 정부 보조금을 잘라내겠다"며 '전기톱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르헨티나 자유전진당의 대통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운데)가 지난 9월 12일 전기톱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 극우 성향의 정치 이단아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가운데 1위다. AP=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정치 이단아' 밀레이의 인기가 높아진 배경에는 20년 만에 찾아온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금고는 사실상 텅 비었고 인구의 40%는 빈곤 계층"이라 전했다. 나라 곳간은 비는데 물가는 올해 20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최악의 상황 속에 18일에는 대선 후보인 마사 경제 장관이 중국에서 65억 달러(약 8조8000억원)를 위안화로 빌리기로 합의했다. IMF로부터 받은 440억 달러(약 60조원) 구모 차관 가운데 상환이 임박한 채무 27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갚을 길이 없자 중국에 손을 벌린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자국 화폐인 페소 가치의 급락도 밀레이가 주목받게 된 요인이다. 밀레이는 유세 내내 "페소는 대변만도 못하다"며 "절대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달러 대비 페소 가치는 지난 1년간 이미 70% 이상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 통화 가치 추락에 따라 월급과 저축의 실제 가치가 사라진 아르헨티나 유권자의 분노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페소화를 버리고 달러화로 갈아타겠다는 그는 경제 혼란에서 벗어날 길을 찾는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수년간 여론조사 '꽝'…"모든 시나리오 열려있다"

지난달 5일 실시한 아날로히아 조사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의 지지율은 31.1%로 1위로 2위 마사 후보(28.1%)보다 3%포인트 앞섰다. 11일 CB 컨술토라 조사에선 밀레이 29.9%, 마사 29.1%, 불리치 21.8%였다. 이 조사에서 '모르겠다'와 무응답을 합쳐 9.4%였다.

22일 치러지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경합하는 후보 3명. 왼쪽부터 밀레이 후보, 중도우파의 야권 후보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 AFP=연합뉴스

각종 여론조사에선 밀레이 후보와 마사 후보가 내달 결선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3위인 불리치 후보의 당선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제위기에 대한 여당 심판론도 거세니 야권 후보인 불리치 후보가 마사 후보를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서점주인인 스텔라 북(65)은 로이터통신에 "마사 후보에게 투표할 예정이지만 밀레이 후보가 승리할 것 같다"면서 "지금 가난한 사람은 전부 우파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수년간 선거 여론조사가 한 번도 적중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밀레이는 유력 후보지만 선거는 여전히 3자 경쟁으로 남아 있다"면서 "밀레이의 급부상을 예상하지 못한 지난 8월 예비 선거에 대한 여론 조사부터 신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회사인 매니지먼트&피트 이사인 마리엘 포르노니는 통신에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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