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北이 하마스 교훈 얻기 전에 9·19 중단 모색해야"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이 확대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며 “미 정부 역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번 신중동전이 한반도 안보에 끼칠 영향 등을 묻는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하마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북한이 하마스식 공격을 대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9ㆍ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등 재조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가.
A : “이번 전쟁이 중동지역 전쟁으로 확대된다면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시간과 관심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한반도에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을 남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Q :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모두 대처할 역량이 있다”고 했는데.
A : “내가 대통령이라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방송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두 개의 전선이 펼쳐지는 데 대한 미 정부의 부담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로 두 개의 전쟁을 모두 대처하면서도 국제 방위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 정부는 두 개의 전쟁에 맞닥뜨리게 되면 미국의 관심과 영향력이 감퇴될 것이라는 시각을 공개적으로 반박해 왔다.
하지만 스나이더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두 개의 전장’에 대한 충분한 대처 능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정책 수행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 등 타 지역의 안보가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Q :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의 가장 바람직한 결말은.
A : “두말할 것도 없이 조기에 휴전이 이뤄지고 가능하다면 장기적으로는 양측 간에 정치적 타협이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조기 종전이나 정치적 합의나 모두 실현 가능성은 낮다.”
Q : 한국 정부와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북한의 대남 전술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2018년 남북이 맺은 9ㆍ19 군사합의의 폐기론이 나온다.
A : “북한이 하마스로부터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에 동의한다. 또 한국의 계획가들(South Korean planners)이 북한의 그러한 대남 전술의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에 (9ㆍ19 군사합의 효력 중단 등을) 설득하고 재조정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
Q : 최근 북ㆍ러 정상회담에 이어 중ㆍ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ㆍ미ㆍ일 3국 안보 협력 틀이 강화되는 흐름에 맞춰 북ㆍ중ㆍ러 연대가 확대될 가능성은.
A : “이미 북ㆍ중ㆍ러 3국 간 일부 상호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현재로서는 한ㆍ미ㆍ일 협력이 북ㆍ중ㆍ러 연대보다 더 깊고 응집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Q : 북ㆍ러 무기 거래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A :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고 그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에너지와 군사물자 등을 공급하면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한 북한의 위협 능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ㆍ러 간 무기 거래가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시각에 동의한다.”
Q : 한국 일각에선 전술핵 재배치론이 나오고 있는데.
A : “저는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력 확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지지한다. 현재 미국 행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협력해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취약점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만일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한ㆍ미 간 확장억제와 관련된 신뢰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행정부와 한국의 차기 행정부가 대화를 통해 풀어가면 될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30여년 간 한반도 문제에 천착해 온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안보 전문가이다. 미국외교협회(CFR)의 한국학 선임연구원 겸 한ㆍ미정책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한ㆍ미 동맹, 한ㆍ일 문제, 북한 체제 등에 정통한 지한파 중 한 명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에서 동북아 안보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ㆍ미 동맹의 역사를 파고든 『기로에 선 대한민국(2018년)』을 펴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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