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83%, 불끄다 다쳐도 병원비 자비…단체보험마저 '개인 돈'
최근 5년간 5000여명에 가까운 소방관이 다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소방관은 다쳤을 때 치료비를 보전받을 수 있는 단체보험료를 소방관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2일 소방청에서 받은 ‘소방공무원 단체보험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이후 공무상 부상·장애·순직 소방공무원은 4858명이다.
안전사고(2470명)가 가장 잦고, 교통사고(651명)·보행중사고(314명)·근골격계질환(209명)도 많았다. 응급한 구조·구급 현장에 빠르게 출동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상대적으로 빈번하고 무거운 환자를 들거나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종종 근육·뼈에 무리가 가거나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7개 지자체, 소방관 단체보험 일부 미지원
이 중 순직자 통계를 보면 기타질병(16명)이나 악성종양(15명)으로 사망한 소망공무원이 많다. 다수의 소방관이 심각한 질병으로 시달리다 목숨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화재 현장 등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사망한 소방관은 11명이다.
이처럼 소방관 수천명이 죽거나 다치고 있지만, 17개 광역자치단체 소방본부 중 소방공무원 단체보험료를 전액 예산으로 지원하는 소방본부는 10개뿐이다. 광주·울산·강원·전남·제주·대구 등 6개 소방본부는 일부 예산만 지원했다.
특히 소방청 본청과 전북소방본부는 복지 포인트에서 단체보험료를 차감했다. 복지 포인트가 현금성 지출을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소방공무원 개인이 단체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보험료도 시도별로 편차가 컸다. 경기소방본부 단체보험료는 35만~38만6000원인데 비해, 전남소방본부 단체보험료는 8만2000~12만1000원 수준이다. 다만 전국에서 단체보험료가 가장 비싼 경기소방본부는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단체보험 보장 항목·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소방청 본청은 암 진단, 울산소방본부는 후유장해, 서울소방본부는 암 진단·뇌졸중 진단·심근경색을 필수 보장하지 않는다.
일부 소방공무원이 별도로 개인보험에 가입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소방공무원 정책성 단체보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대상 2만2035명의 소방공무원 중 59.7%(1만3162명)가 개인보험에 가입 중이다. 개인 돈을 내서라도 단체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소방관 5% “다쳐도 공상 신청 안 해”
업무 특성상 일하다가 다쳤는데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공무원도 있다. 같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상 승인을 받은 소방공무원(2183명) 중 본인 부담이 ‘없었다’고 응답한 소방공무원은 16.5%에 불과했다. 다쳤는데 소방관 10명 중 8명은 일하다 다쳐도 본인이 돈 내고 치료받았다는 의미다. 본인 부담 비용은 50만 원 미만이 가장 많고(38%), 200만원 이상 부담했다는 응답자가 10.2%였다.
불을 끄거나 구조·구급 출동하다가 다쳤는데 아예 공상 승인을 신청하지 않다고 응답한 공무원도 45.9%였다. 이들은 ‘인사상 불이익’이나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을 이유로 꼽았다.
때문에 소방공무원 맞춤형 단체보험을 도입하고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국회에 발의한 소방공무원 전용 단체보험 법안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이미 존재해 형평성 문제나 중복 보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도 재정 부담 때문에 국비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은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인건비·단체보험을 여전히 지자체가 부담하면서 복지·처우 개선은 그대로”라며 “소방공무원 전용 단체보험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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