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최대 광고사도 급습 당했다…中, '뇌물혐의' 간부 3명 체포
중국 공안당국이 영국계 글로벌 대형 광고회사 WPP 그룹 자회사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해 전·현직 임원 3명을 체포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 공안국의 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시장감독관리부서와 함께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모 광고회사의 디(底) 모씨 등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안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2월까지 디 씨와 전직 임원인 야오(姚), 훙(洪) 모씨 등 3명이 재임 기간 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거액의 뇌물을 받았으며, 현재 비공직인원수뢰죄 위반 혐의로 형사 구류 중이며 추가 수사 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의 외자 기업 수사는 올해 들어 끊임없이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3월 미국의 기업 실사 전문 민츠그룹(Minta Group)의 베이징 사무소를 압수수색해 직원 5명을 구류했다. 4월에는 미국의 컨설팅 기업 베인의 상하이 사무소, 5월에는 글로벌 자문회사 캡비전의 상하이·베이징·쑤저우·선전 사무소가 수색을 당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글로벌 리스크 자문 업체인 크롤(Kroll)의 홍콩 사무소 임원이 중국을 방문했다가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일본 증권사 노무라의 홍콩 주재 직원도 중국을 방문했다가 홍콩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22일 보도했다.
이번에 급습을 당한 회사는 영국 최대 광고사인 WPP 그룹 산하의 미디어 투자관리 업체인 그룹 엠(GroupM)의 상하이 사무실이다. 그룹 엠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기획사로 2022년 직원 4만2000명에 연간 글로벌 매출 600억 달러(약 81조원)를 기록했다. 이번에 체포된 디페이(底飛) 중국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하이 푸단대를 졸업한 뒤 영국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7월 그룹엠에 합류해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상하이 공안국 발표에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WPP의 자회사인 그룹 엠 상하이 사무소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21일 보도했다. FT는 또한 중국의 광고업계는 부패가 일반적이라며 지난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의 옥외광고업체인 클리어 채널 아웃도어 홀딩스의 자회사가 광고 계약을 위해 중국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밝혀져 ‘반(反)해외부패법’ 위반 혐의로 2600만 달러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7월 1일 처벌받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방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안보를 명분으로 삼아 경제 영역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 가려있던 국가안전부는 간첩 고발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대만의 정보수장인 차이밍옌(蔡明彦) 국가안전국 국장은 지난 2일 입법원(국회)에 출석해 대만 주민의 중국 방첩법 피해 사례가 올 상반기 4건에서 하반기 들어 벌써 9건으로 늘었다고 공개했다. 차이 국장은 또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대만인 사례가 13건에 이른다며 이들은 과거 정치적 발언이나 중국을 비판하는 콘텐트가 담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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