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에 땅 상속, 그럼 됐나” 혼자 찍은 父유언… 대법 “효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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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땅을 물려준다는 부친 유언이 무효가 되자 차남이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정당하게 받은 유산이 맞으니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지만 이마저 패소했다.
쟁점이 된 A씨 부친의 "그럼 됐나"라는 발언에 대해 대법원은 "유언을 읽다가 자문한 것으로 A씨를 지목해 물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독 A씨와의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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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동영상 무효되자 ‘증여’ 주장
대법 “의사합치 있었다 보기 어려워”
자신에게 땅을 물려준다는 부친 유언이 무효가 되자 차남이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정당하게 받은 유산이 맞으니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지만 이마저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차남 A씨가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낸 소유권인정등기 청구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아들 둘, 딸 다섯인 집안의 둘째 아들인 A씨는 2019년 부친이 돌아가시고 이듬해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이미 법정상속분 지분에 따라 부친의 땅과 건물을 모친과 형제자매들이 나눠가진 상태였는데, A씨는 부친이 생전에 남긴 동영상을 근거로 자신이 더 많은 땅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직접 촬영한 해당 동영상에는 “아들 둘에게 경남 거제의 토지(총 3259㎡·약 985평)와 건물을 나줘주고, 큰 아들은 딸들에게 각각 2000만원씩 줘라”라고 말하는 부친의 모습이 담겼다. 부친은 유언을 읽다가 중간에 “그럼 됐나”라는 언급도 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유언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됐다. 유언 형식에 맞게 “유언증서. 유언자 ○○○은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로 시작해 “유언자 ○○○”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증인이 없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은 증인과 그의 구술도 포함돼야 그 효력이 인정된다.
A씨는 문제의 영상이 유언으로서는 무효일지라도, 자신과 부친의 쌍방계약에 따른 ‘사인증여(死因贈與)’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며 자기 몫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유증(유언에 따른 증여)과 사인증여는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증여자)이 숨진 후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만 유언은 증여자 홀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단독 행위인 데 반해 사인증여는 두 사람 사이 계약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유언은 엄격한 법적 요건을 갖춰야 유효하지만, 사인증여는 계약 당사자 두 사람의 의견 합치만 있으면 별도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성립한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형제들이 A씨에게 상속분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A씨가 유언 동영상을 촬영했고, 부친이 촬영 도중 “그럼 됐나”라고 물은 점 등을 고려하면 두 사람 사이 의견 합치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와 부친 사이 정당한 계약이 성립해 사인증여가 이뤄진 만큼 형제들이 A씨에게 상속분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재차 뒤집었다. 대법원은 “망인이 여러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했으나 그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원고(A씨)가 동석해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재산을 유언을 통해 분배하려 했던 망인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유언 자리에 동석하지 않은 피고들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로서 상속인들간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쟁점이 된 A씨 부친의 “그럼 됐나”라는 발언에 대해 대법원은 “유언을 읽다가 자문한 것으로 A씨를 지목해 물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독 A씨와의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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