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웨이브](36)'이번에도 역시' 구글 스마트폰 칩의 부진
핵심칩 '텐서G3' 성능 기대 이하
기대 못 미친 애플 아이폰15프로 칩 성능과 비교 불가
구글, 돌연 성능테스트 앱 설치 제한으로 논란 불거져
최신 스마트폰 반도체 성능 진화의 어려움 보여주는 사례
편집자주 - [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아빠, 구글 스토어는 볼 게 없어요"
2021년 여름, 검색의 제왕이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본가인 구글이 뉴욕 맨해튼에 첫 오프라인 상점을 열었다.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필자도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구글은 맨해튼의 관광지로도 유명한 첼시 마켓 건물을 매입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첫 구글 스토어도 이곳에 열었다. 구글은 2022년에는 뉴욕시 브루클린에도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전시된 제품은 구글이 직접 제작한 스마트폰 '픽셀'(Pixel)과 인공지능 스피커 정도였다. 구글은 픽셀의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지만 둘러보는 이들이 드물었다.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체험 스토어인 '삼성837' 역시 이용객이 많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삼성 스토어에는 구글에 비해 다양한 제품들이 많아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미트패킹 구역'이라는 불리는 이 지역에는 애플 스토어도 있다. 세계적으로 애플, 구글, 삼성의 스토어가 나란히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소비자들이 몰리는 매장은 단연 애플이다.
문제 해결한 애플 아이폰15
구글의 이야기를 한 까닭은 애플의 아이폰15에 시선이 몰린 사이, 구글도 조용히 최신 스마트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픽셀8'과 '픽셀8프로'다.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폰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며 여기에 사용된 반도체 기술도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처음 최신 3나노 칩 'A17프로'를 경험할 수 있는 애플 아이폰15프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칩 제조 공정이 4나노에서 3나노로 진화하면서 기대됐던 발열과 성능 개선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3나노로 진입하며 배터리 사용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대폭적인 성능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전작인 아이폰14 대비 소폭의 성능향상에 그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도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애플이 직접 발열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칩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은 콧대 높은 애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과거 밴드 게이트, 전화가 휘는 이슈를 겪어봤던 애플은 이번 사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과거와는 다른 신속한 대응을 보였다.
발열 문제는 애플이 언급한 대로 iOS 업데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여전히 아이폰15프로는 아이폰14프로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발열을 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일상 사용에서 조금은 더 뜨겁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발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칩에 성능 제한을 걸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지만 정작 개선된 버전에서 아이폰은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이쯤 되면 반도체나 OS 설계상의 이슈라기보다는 최적화의 관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라봐야 한다. 실제로 칩 제작사 TSMC와 밀접한 애플 전문가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안이 TSMC의 잘못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3나노 공정으로의 진화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반도체 기업들의 공정 진화를 위한 노력이 급격한 성능향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는 5나노, 4나노, 3나노, 2나노로 이어지는 치열한 미세 공정 진화에 관심을 두지만 정작 상당수 소비자는 아이폰의 칩 성능보다는 그립감, 카메라에 대한 관심과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이 잘 찍히는지에 더 열중한다.
논란만 초래한 구글의 신형 칩
구글은 애플, 퀄컴, 삼성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구글의 최신 칩을 사용한 구글 픽셀8은 아이폰15에 비해 20여일 늦은 2023년 10월4일에 등장했다. 구글은 이 전화기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칩을 사용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구글이 야심 차게 선보인 픽셀8의 성과는 실망에 가깝다. 애플의 상황은 구글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구글 픽셀폰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기준이다. 순정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전화기다.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가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반면 픽셀폰은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다.
픽셀도 어느덧 8세대로 진화했다. 구글이 픽셀8에서 아이폰에 맞설 수 있느냐는 향후 안드로이드 진영의 향방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픽셀8에 들어간 '텐서G3' 칩이 중요한 이유는 제조사가 삼성이기 때문이다. 구글 텐서는 삼성의 엑시노스칩에 기반한다. 그리고 삼성이 칩을 제조해준다. 마치 과거 애플이 삼성이 설계하고 생산한 칩을 아이폰과 아이폰3G, 아이폰3GS에 사용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기대를 모았던 텐서G3 칩의 성능은 애플, 퀄컴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2020년에 출시된 아이폰12에 사용된 A14칩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발열 문제로 논란이 됐던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보다 느리다는 분석이다. 발열도 전작인 텐서G2에 비해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많다. 배터리 성능 역시 논란거리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과연 구글의 반도체 설계와 전화기 발열 해소 설계의 문제인가 삼성의 제조공정의 문제인가. 삼성의 4나노 공정의 수율이 향상된 만큼 이번에는 구글의 문제라는 분석이 더 크다.
더 큰 문제는 구글이 픽셀8에 성능 테스트 앱인 '긱벤치6' 설치를 강제를 막았다는 사실이다. 구글이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구글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부진한 성능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구글 측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텐서 개발에 속도나 전통적인 성능을 우선시하지 않았다. 우리는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 경험을 강화하려 했다. 텐서 G3 칩은 온디바이스 생성형 인공지능의 길을 닦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다. 궁색하다.
구글은 TSMC로 위탁 생산 이전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TSMC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할 전망이다. TSMC는 구글이 원하는 칩의 수량이 적다는 이유로 텐서 G4 생산을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과연 구글의 칩에는 희망이 있는 것일까.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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