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언제 줄어드나’…끝 모를 고금리[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예전처럼 금리 1%?…경고 드리겠다"
기준금리 동결해도 대출금리는 오른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는 언제 끝날까요? 수개월 전만 해도 올 연말이면 서서히 내려갈 거라는 기대가 컸는데, 인하는커녕 지금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끝 모를 고금리 기조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최근 경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하이어 포 롱거(higer for longer)’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이어 포 롱거란 해석하면 ‘오랫동안 더 높게’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문제를 논의할 때 사용되는 단어죠. 지금보다 금리는 더 오를 것이고, 더 오래 유지될 거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고금리 시대가 쉽게 저물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는 지난해 말부터 있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믿지 않았을 뿐이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해 11월 이미 ‘예상보다 높은 금리인상’과 ‘장기간 유지’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정책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월가 투자은행(IB)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씨티그룹은 “인상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으나 미미한 비둘기파적인(dovish) 것에 불과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비둘기파란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이들입니다. 파월 의장 경고에도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거라 판단한 거죠. 웰스파고는 “하이어 포 롱거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향후 인상 폭을 언급하지 않았다”라 말했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높은 정책금리 전망은 조정될 것”이라 논평했습니다.
월가의 예측은 틀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금리는 끊임없이 올랐죠. 2021년 말 시작된 긴축 통화정책으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평균 4%포인트, 신흥국에서는 6.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습니다. 미국의 경우 19개월 동안 금리를 5.25~5.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한국 중앙은행도 마찬가집니다. 0.5%였던 기준금리를 2021년 8월 26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습니다. 이후 여덟 차례의 인상을 통해 3.5%까지 금리가 올라왔죠.
빠르게 오른 금리는 현재도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높은 금리가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물가가 서서히 잡히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이 아직도 금리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거든요. 파월 의장은 최근 “추세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거나 견고한 노동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거라는 증거가 나타나면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어 포 롱거를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혹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적을 거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경고를 드리겠다”고까지 말했죠. 지난 13일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모로코 마라케시에선 기자들에게 “미국 통화금리가 지금이 피크인지는 모르지만 높은 수준에서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준금리가 높긴 해도 더 오르지 않고 유지만 한다면 괜찮은 걸 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중앙은행들은 최근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동결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대출 차주들이 내야 하는 이자비용이 계속 늘었다는 뜻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5.001%까지 올랐습니다.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있는 일이었습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30년 만기 대출의 평균 금리는 6주 연속 상승해 2000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7.7%를 찍었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은 6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17일 4%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고정금리도 전월 대비 상승했고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입니다. 우선 과거와 달리 고금리 장기화를 시장참여자들이 대세로 받아들였습니다. 앞으로 금리가 언제 내려갈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거죠. 미국 채권을 앞으로 누가 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가 상승 우려와 이에 따른 물가 인상 압력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금리가 오래 이어질수록 금융시장의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급격한 긴축은 이미 더 높은 신용 위험에 직면해 있는 취약한 은행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만연하고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는 시나리오에서 많은 은행은 상당한 양의 자기자본을 잃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 시스템 외에도 민간 시장에 대출을 제공하는 헤지펀드, 연기금 등 비은행 금융 중개기관에도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편집자주 - 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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