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 김미연 PD가 마련한 ‘영화’로 소통하는 ‘창구’ [선 넘는 PD들(70)]

장수정 2023. 10. 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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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대의 흐름은 반복돼…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자 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JTBC 예능프로그램 ‘방구석 1열’은 2018년 첫 방송을 시작, 2022년 4월 ‘방구석 1열: 확장판’이 종영하기까지 약 5년 동안 여러 영화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했었다. 배우 봉태규부터 영화감독 변영주, 영화평론가 주성철 등 영화인은 물론, 장성규, 장도연 등 영화에 관심이 있는 방송인들이 함께 모여 좋은 영화를 보며 토론했다. 영화감독, 작가, 스태프 등 작품과 관련이 있는 영화 관계자들을 초대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JTBC

그러나 코로나19로 개봉 영화의 숫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방구석 1열’의 어려움도 커졌다. ‘확장판’을 통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작품들까지 아우르며 노력했지만, 결국 아쉽게 종영을 해야 했다. 저작권에 문제가 없고,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눌 만한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가끔은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었고, 결국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며 종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방구석 1열’ 부활을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여기에 ‘‘방구석 1열’을 디지털 콘텐츠로 다시 부활시켜 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제안도 이어졌다. 결국 ‘방구석 1열’과 ‘방구석 1열 확장판’을 모두 연출한 김미연 PD도 ‘유튜브에서라면 해 봐도 되겠다’라는 결심을 했다. 봉태규 배우, 변영주 감독, 주성철 평론가가 다시 의기투합해 지난 9월 27일부터 유튜브 채널 ‘차클 플러스(+)’를 통해 ‘돌아온 방구석 1열’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방구석 1열’을 잠깐 쉬면서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들을 많이 챙겨봤는데, 영화 소개는 유튜브에서 보는 게 오히려 더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서 보는 곳이 유튜브이지 않나. 이런 부분도 좋았고, 사실 TV 프로그램들은 많이 걷어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소개할 때는 많은 것들이 삭제가 된다. 욕설이나 담배와 같은, 영화 내에선 필요한 정서인데 그것을 삭제할 때 영화를 만드신 분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JTBC

물론 약간의 변화는 필요했다. 김 PD부터 함께하는 제작진 모두가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이에 처음에는 편집의 속도 또는 자막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연자들의 성격은 물론, ‘돌아온 방구석 1열’을 좋아해 주던 시청자들의 취향도 빠른 호흡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층과는 사뭇 달랐다.

고민 끝에 김 PD가 선택한 방향은 ‘‘편안하게’ 영화 이야기를 감상하는 ‘방구석 1열’만의 장점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유튜브 시장에서 ‘돌아온 방구석 1열’만의 매력이 되고 있다.

“러닝타임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35~40분 정도인데, 이게 유튜브에선 길지 않나. 그런데 방송 끝나고 사람들한테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것이 ‘방구석 1열’을 찾아보셨던 분들은 일을 하거나, 혹은 밤에 숙제 같은 것들을 할 때 틀어두고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보는 러닝타임일 것 같더라. 우리가 화려하게 가거나, 예능 코너를 만들거나 이런 건 시청자 분들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출연자분들께서 천천히 풀어놓는 이야기를 빠르게 편집할 수도 없다. 옛날처럼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좋다는 댓글도 있어서, 우리가 하던 대로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 ‘화란’, ‘소년들’ 등 개봉을 앞둔 신작들을 소개하고, 감독·배우들을 초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금 미처 몰랐던 영화들을 접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물론 구작이 아닌, 신작들 소개가 이어지자 궁금증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없지 않다. 다만 김 PD는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아직 어려운 영화계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하면 이것을 ‘홍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저희는 영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이제 막 영화들이 어렵게 나오고 있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화란’은 송중기 씨가 나오지만 신인 감독, 배우들이 힘을 모은 작은 작품이고, ‘소년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지금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신작 홍보라고 해서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돌아온 방구석 1열 영상 캡처

구작을 소개할 때도 이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영화 업계 종사자부터 전문가, 관심이 있는 방송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영화를 보며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것의 즐거움까지 전하는 만큼, 우선은 ‘지금’, ‘이야기를 할 만한’ 내용이 담긴 작품들을 선정하고자 한다. 이것이 시청자들의 생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면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될 수 있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당시에 통했던 어떤 시대적인 이야기 또는 문화적인 트렌드, 또는 젊은 층의 고민거리처럼 시대적인 흐름 같은 게 담긴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시대적인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전에 했던 영화들도 지금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작품들을 선정하고자 했고, 요즘 이슈인 것들을 담고 있는 영화를 소환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오는 24일 ‘특별판’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될 조현철 감독의 영화 ‘너와 나’ 또한 마찬가지다. 신작 소개는 물론, 때로는 구작을 전하고, 또 가끔은 의미 있는 작품을 특별하게 소개하는 코너까지. 유튜브 플랫폼의 유연함을 적극 활용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영화들을 꾸준하게 소개할 계획이다.

“특별판으로 조현철 감독의 장편 독립 영화를 소개한다. 이 특별판은 10분~12분 정도로, 함께하는 스태프들 모두 마음을 담아 선보이는 콘텐츠다. ‘이 사람은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만큼 좋은 영화였다. 요즘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할 이야기도 담겼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다양하게 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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