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바2'·'오펜하이머' 이어 '플라워 킬링 문' 3시간의 장벽을 넘어 [D:영화 뷰]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로 짧은 러닝타임과 빠른 흐름의 작품들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할리우드의 거장들은 이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심층적인 탐구와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며 관객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을 해내가고 있는 것.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은 192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180분, 최근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은 이보다 더 긴 206분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제이크 설리,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이야기로 긴 러닝타임이 진입장벽이 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졌지만, 독보적인 영상미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술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23억 달러를 벌어 글로벌 역대 박스오피스 TOP3위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도 팬데믹 이후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외화로, 국내 전체 개봉작 중 역대 매출액 2위를 기록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 개봉 기념 내한 기자 간담회에서 긴 러닝타임을 고수한 이유에 대해 "돈을 내고 길게 보면 더 좋지 않나"라며 "영화가 형편없지 않는 이상 불평하는 분들은 없을 것 같다. 장편 소설과 단편소설이 있는데 우리 영화는 장편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 영화를 봤을 때 길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은 건 길게 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원자폭탄을 만든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는 180분의 러닝 타임으로 '인터스텔라'(169분), '다크나이트 라이즈'(165분) 보다 길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중 가장 긴 영화였다.
'오펜하이머' 역시 18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뛰어넘고 글로벌 흥행 수익 9억 달러를 돌파,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중 '바비', '슈퍼 마리오 브러더스'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 됐다.
국내에서는 긴 러닝타임을 두고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오펜하이머 캐릭터의 감정적인 깊이, 창조자와 파괴자가 갖는 양가적 감정을 두고 복합적인 주제를 탐구하는데 깊은 몰입감을 느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은 앞서 언급한 영화들 보다 더 긴 206분을 자랑한다. 19세기 말 석유가 발견되며 큰 부를 얻게 된 아메리카 원주민 오세이지족과 오일 머니를 노리고 몰려든 백인 사이의 이야기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범죄 장르를 플롯으로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악랄한 범죄를 복기시켰다.
백인들과 오세이지족 간의 세밀한 관계와 복잡한 심리묘사가 탁월하게 연출돼 피로 이룩한 미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의 근원을 거침없이 묻는다.
'플라워 킬링 문'은 제 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 상영됐을 때도 긴 러닝타임이 화제가 됐다.
지난 20일 북미에서 공개돼, 95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이 작품은, 현재 '오펜하이머'와 함께 내년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3시간을 넘어가는 러닝타임은 관객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아바타 2'와 '오펜하이머'의 성공 사례를 통해 원론적으로 좋은 작품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걸 말해주는 강력한 사례가 됐다. '플라워 킬링 문'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의 존재와 기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며, 긴 러닝타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같은 영화는 관객들에게 몰입감과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며, 영화 산업이 위기에 놓인 현재,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제공한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꽉 채운 거장들의 집요함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탐구를 통해 깊은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보여준다. 이와 함께 영화의 존재와 기능, 탐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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