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보다 40% 뛰었다…마곡 1주년 LG아트센터장 "서울 중심 개념 달라져야"

나원정 2023. 10. 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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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개관 1주년 LG아트센터
27년 근속 이현정 센터장
"박해수·손석구 연극 흥행…
최고 화제는 파리오페라발레단"
마곡 이전 1주년을 맞은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을 지난 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났다. 사진 Studio AL, LG아트센터

" “가장 화제를 모은 건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지젤’이었어요. 박해수씨 주연 연극 ‘파우스트’는, 1300여석 대극장 연극이 한 달간 매진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매표율 98%를 달성했죠. 손석구씨 연극 ‘나무 위의 군대’도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았죠.” " 마곡지구 이전 개관 1주년을 맞은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52) 센터장의 결산이다. 서울 강남 역삼에서 22년간 서울 대표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한 LG아트센터가 지난해 10월 13일 강서구 마곡 서울식물원 입구 단독 건물에 새롭게 문을 열며 우려도 컸다. 관객 동원이 강남 때 같지 않으리란 것.
엔데믹 국면과 함께 재시동 건 LG아트센터는 첫 한해 31편을 무대에 올려 관객 29만명을 동원하며 이런 기우를 씻어냈다. 대극장 LG시그니처홀(1365석, 연관객 24만 명), 가변형 블랙박스 공연장 U+스테이지(120~365석, 연관객 5만 명) 두 곳을 합쳐서다. 1000여석 단일 공연장이던 역삼 시절 연평균 관객(20만5000명)과 비교해 40% 늘었다. 억눌렸던 관람 심리가 폭발하며 팬데믹 전보다 티켓 판매가 오히려 증가한 시장 활황도 한몫했다.


역삼보다 지방 관객 2배…식물원·건축 명소돼


30년만에 내한한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지난 3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지젤'을 공연했다. 사진 LG아트센터
지난달 29일까지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박해수, 유인촌 주연 연극 '파우스트' 무대 이미지. 사진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디자인으로 이름난 일본 거장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전 세계 단 두 곳뿐인 공연장(다른 한 곳은 중국 상하이)이란 프리미엄도 붙었다. 11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강서 지역 관객이 당연히 늘었고, 비수도권 관객 비중(13%)은 역삼 때보다 두배 늘었다. 서울역에 KTX 타고 와서 공항철도로 20분 만에 연결돼 접근이 편해졌다”며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극장이란 호기심”도 요인으로 짚었다. 센터가 열리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건축물 구경, 교육 프로그램 참가 등의 인원(25만 명)을 더하면 개관 첫해 방문객이 총 54만 명에 이른다.
“시설 규모가 달라진 만큼 역삼에서 하지 못한 오페라, 풀 스케일 발레 공연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관객 개발을 목표로 이은결 마술쇼, 가수 박정현 콘서트, 현대무용을 재밌게 소개한 아크람 칸 컴퍼니의 ‘정글북’ 등 대중적인 가족 중심 공연을 다수 기획한”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서울식물원 나들이 겸 LG아트센터 공연장을 찾은 가족 관객,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27년 근속 센터장 "프로그램 좋으면 관객 오죠"


'LG아트센터 서울'이 오는 10월 13일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입구에 공식 개관했다. 일본 저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을 맡아,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대규모 다목적 공연장 'LG 시그니처 홀'을 대표 공연장으로 갖췄다. 사진 LG아트센터 서울
서울 중심에 집중된 공연장 인프라의 지역 확산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외곽으로 부지를 옮겨 관객층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LG아트센터는 2000년 역삼동 개관과 함께 공연계 관행이었던 초대권을 없애고 연간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공개해 취향에 따라 티켓을 조합해 구매하는 기획 공연 시즌제 및 패키지 제도 도입, ‘오페라의 유령’ 초연(2001)에 이은 뮤지컬 장기 공연 시도 등 새로운 공연문화를 펼쳐 왔다.
27년 근속한 이현정 센터장은 LG아트센터 개관 전인 1996년 건설본부팀(사원번호 6번)에 입사해 공연기획팀장, 공연사업국장을 거쳤고, 마곡 이전을 앞둔 2021년 12월 대표로 임명됐다. 그는 “지금까지의 LG아트센터의 역사를 떠올리면, 못 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컸다”며 “프로그램만 좋다면 관객은 어디든 온다는 걸 지난 1년간 느꼈다. (서울) 중심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 좋은 작품 위한 실패, 여유 갖고 받아들여야"


다목적극장인 LG시그니처홀은 개관 초 클래식 공연을 위한 잔향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은바다. 이에 이현정 센터장은 “올해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도 했고, 비공식적으로 연주자를 모셔 점검해보니 작년보다 음향은 훨씬 좋아졌다”면서 “1년 전에 비해 나무(목자재)가 많이 말랐고, 음향 배너‧커튼 등이 완전히 올라가지 않아 약간의 흡음 층이 생겼던 걸 발견해서 없애는 작업도 했다. 최적의 환경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사진 LG아트센터 서울
피나 바우시, 피터 브룩, 레프 도진, 매슈 본 등 공연예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 역삼 시절에 비하면, 해외 대작 유치가 위축됐다는 평가에 대해선 팬데믹으로 인해 규모가 큰 유명 극단 투어를 잡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양정웅 연출의 대극장 연극 ‘파우스트’는 LED 조명 및 스크린 활용 등 첨단기법이 기대만큼 호평을 받진 못했다. 관객 참여 형태의 ‘이머시브 작품’이 주목받으면서 신진 연출가와 손잡고 블랙박스 극장을 다양하게 활용한 ‘크리에이터스 박스’ 시리즈도 완성도가 고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 센터장은 “다음번에 좋은 작품을 올리기 위한 실패라면 좀 여유를 갖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지난해 10워 13일 조성진(왼쪽)과 사이먼 래틀 협연을 개관 공연으로 출발했다. 개관 두번째 해 클래식 공연은 첫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LG아트센터]
이 센터장은 "직접 기획‧제작한 작품을 해외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 진출시키는 게 장기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현재 해외 유명 연출가와 글로벌 연극 작품을 준비 중이다. “마곡의 첫해가 관객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2년 차는 좀 더 우리 극장의 색깔을 찾아가려 합니다. 현대무대 예술의 최전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LG아트센터죠.”

이 센터장은 “역삼이 공연만 보러 오는 공간이었다면 마곡은 문화예술의 향기를 향유하려는 분들이 찾는 명소로 키울 것"이라며 “커피 한잔을 마셔도 LG아트센터에서 마시고 싶어 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안도 다다오가 빛을 중시해서 시시각각 빛의 방향과 색이 바뀝니다. 석양 무렵이 가장 예쁘죠.”

LG아트센터 서울 '게이트 아크'. 사진 배지훈,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 서울의 복도 '튜브'. 사진 배지훈, LG아트센터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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