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격 새 더미"…"소문" 발뺌하던 북·러, 대놓고 무기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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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격 새 더미 등장"
22일 미국의 소리(VOA)는 미국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가 전날 촬영한 위성 사진을 근거로 "나진항의 북한 전용 부두에 직사각형 형태로 길게 늘어선 길이 약 80m의 컨테이너 더미가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나진항은 중국과 러시아도 임차해 사용하는 곳으로, 이곳에는 북ㆍ중ㆍ러 각각 사용하는 전용 부두가 있다고 한다.
앞서 VOA는 지난 17일에도 위성 사진을 근거로 나진항의 북한 전용 부두에서 길이 약 90m의 컨테이너 더미를 포착했고, 이틀 뒤인 지난 19일에는 같은 곳에서 대형 선박이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모습까지 발견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떠난 지 나흘 만에 또 컨테이너 더미가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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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항→두나이항→탄약고 경로
앞서 미국 정부가 지목한 대로 현재 북ㆍ러 간 무기 거래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두나이항을 오가는 해상 운송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두만강 역과 러시아 하산 역을 잇는 철도에서 궤도차(화물용 객차)가 급증하고 화물 운송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는데,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철로와 해상 운송을 동시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북ㆍ러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초 양국 간에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무기 거래가 이뤄졌다"며 그 경로인 북한 나진항, 러시아 두나이항,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러시아군 탄약고를 촬영한 위성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7~8일 나진항에서 발견된 컨테이너 약 300개가 같은 달 12일 러시아 국적 선박에 실려 두나이항에 왔고, 지난 1일 러시아 티호레츠크 탄약고로 탄약이 옮겨졌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한국 국방부 당국자도 "컨테이너 적재량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포탄 수십만 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포탄·군수품을 꾸준히 러시아에 댈 경우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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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입장선 '반대급부'가 관건
또한 당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이미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것도 관측했다"며 러시아가 보답으로 대북 물자·기술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북한은 전투기, 지대공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 첨단기술을 포함한 군사 지원을 러시아로부터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초부터, 워싱턴포스트(WP)는 8월 중순부터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제공을 본격화한 정황을 제시했는데, 이제는 러시아가 북한을 향해 제공할 반대급부를 더욱 우려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국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를 향해 수사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과감한 무기 지원에 나서면서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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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략적 관계" 과시
지난 18~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양국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국 관계가 '새롭다'는 말은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으로까지 발전했다는 뜻이고, '전략적'이라는 의미는 양국이 국제 제재에 놓인 상황에서 반미, 반서방 연대를 과시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물론 양국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직후 20일 러시아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북ㆍ러 무기 거래 관련 미국의 주장에 대해 "소문(rumors)"이라며 "미국이 계속 모두를 비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도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미국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북한의 이미지를 먹칠하기 위한 정치적인 허위 정보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제시된 정황을 반박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를 제시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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