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 12배 띄운 일당, 계좌 100여개 동원했다
최근 발생한 영풍제지 주가 조작에 100개 이상의 계좌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 조작 일당은 이렇게 많은 계좌를 동원해 매일 조금씩 시세를 상승시키는 수법으로 11개월 동안 주가를 12배 이상 끌어올렸다.
22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영풍제지 주식에 시세조종 의혹을 처음으로 발견해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의 시세조종이 드러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장기간 주가가 조금씩 오른 종목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당시 라덕연 일당은 투자 동호회 명목으로 동원된 다수의 계좌를 이용해 거래량이 적은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했고, 이후 해당 종목 주가는 급락했다. 시세조종 기간이 길고, 하루 주가 변동 폭이 크지 않아 금융당국의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에 걸리지 않았다.
당국은 이후 이상거래 감시 대상과 기간을 확대했고, 이를 통해 지난 6월 네이버 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기혁씨의 시세조종 사건을 추가로 잡아냈다. 강씨와바른투자연구소 역시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성격의 주문을 반복해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 등 4개 종목 주가를 띄우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금감원은 영풍제지 주가도 이전 사태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는 것을 감지했다. 영풍제지에 특별한 호재성 공시가 없는데도 주가는 서서히 오르며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약 11개월간 12배 이상 상승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모씨와 이모씨 등 피의자는 몇몇 계좌에서 주문이 집중될 경우 범행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약 100개에 이르는 계좌를 동원해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혐의계좌 가운데 상당수는 키움증권에 개설했다.
금감원은 조사에 들어가고 약 한 달 동안 영풍제지와 관련한 약 1년간의 매매 자료를 분석하고 혐의계좌를 거쳐 흘러간 자금 원천을 추적했다. 이후 강제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금감원은 지난 9월 증권선물위원장의 패스트트랙(긴급조치) 결정을 통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남부지검은 시세조종이 현재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봤고, 지난 17일 피의자 4명을 체포했다.
체포 다음 날인 18일 불공정거래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고,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거래소는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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