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벌째 반값? 日선 이래야 잘 팔려요”...젝시믹스 법인장 인터뷰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0. 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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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국 레깅스 시장은 얼마 정도 될까.

2021년 기준 6619만 달러 정도다. 그렇다면 일본은? 6억 2000만 달러다. 한국 매출의 9배 이상이다. 그런데 일본 시장에서 압도적인 브랜드가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캐나다의 룰루레몬, 옴니, 스위스의 슈퍼 내추럴, 미국의 단스킨 등 해외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현지 브랜드로는 리얼스톤, 에미요가, 요기 생크추어리 정도가 있다. 발레복으로 유명한 차코트(Chacott)도 그나마 뜨는 분위기였다.

도쿄 시부야구의 랜드마크 ‘시부야109’에서 운영 중인 젝시믹스 팝업스토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젝시믹스가 2019년 직진출한 이유다. 이후 젝시믹스는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올린 결과 지난해 연매출 약 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 38억원을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약 9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젝시믹스의 일본 공략기.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이정훈 법인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Q. 여타 국가도 많은데 왜 일본진출이었나.

A. 일단 레깅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일본의 2021년 레깅스 시장은 2020년 대비 14.8% 증가했다. 그런데 확고한 1위 브랜드는 없었다. 일본 유학생으로 들어와 다양한 수입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젝시믹스와 같은 강력한 브랜드라면 해볼만 하다 싶엇다. 그래서 2019년 10월 일본법인을 설립했다.

라쿠텐 ‘요가•필라테스 웨어’ 카테고리의 주간-2023년 9월 25일~10월 1일-순위 페이지 갈무리. 젝시믹스의 인기 레깅스 제품이 1, 3위를 차지하고 있다.(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Q. 예상은 맞아떨어졌나.

A. 그렇다. 일본은 2000년대 후반부터 레깅스 패션이 점차 확대됐다. 일찍부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레깅스도 판매됐는데, 고급백화점으로 유명한 타카시마야 백화점에서는 리바이스와 공동으로 맨즈 레깅스를 개발·판매했으며, 2009년에는 세이부백화점 도쿄 이케부쿠로점에서 맨즈 레깅스의 전시장 운영과 제품 코디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레깅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식은 지금과는 달랐다. 반바지나 치마 안에 입는 부수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여겼다.

그런데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스포츠 헬스케어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하마다 유지 코트라(KORTA)일본 오사카 무역관의 ‘2020년 일본 기능성 운동복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요가와 필라테스 등 여성인기 피트니스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팔아보니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왼쪽부터) 이정훈 일본법인장, 중간이 강민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대표, 한대광 그룹장. (브랜드엑스 코퍼레이션 제공)
Q. 도쿄 시부야 매장을 가보니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주요 매출은 온라인에서 나온다고?

A. 한국 본사(법인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도 디지털마케팅 능력 덕분에 상장까지 하지 않았나. 이런 디지털 역량을 일본에서도 실험해보자고 해서 법인 설립 후 현지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 입점을 준비했다. 젝시믹스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오픈하는 것보다는 브랜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SNS 마케팅,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집중했다.

Q. 처음부터 잘 됐나.

A. 라쿠텐에서는 주로 패션과 식품 등 여성 고객이 대세다. 여성 고객 대응을 위해 화려한 콘텐츠가 많고, 상품에 긴 스토리를 입히기도 한다. 설명서 하나하나를 꼼꼼히 보는 일본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젝시믹스도 상세페이지에 최대한 신경 써 꼼꼼하게 기재했다. 또 하나 특징이 있다. 전화가 아닌 이메일이나 게시판을 이용해 제품 사전 문의를 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객서비스(CS) 부분에서도 게시판을 중심으로 고객 대응에 적극 나섰다. 저렴한 가격이 꼭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지만은 않는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초기에는 가격할인 행사보다는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주문확인부터 상품배송, CS도 모두 현지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체계를 만들어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젝시믹스는 라쿠텐 입점 3개월 만에 ‘요가·필라테스웨어’ 카테고리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이 순위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Q. 젝시믹스 일본 사이트를 보니 ‘2벌째 반값’이란 마케팅이 눈길 끌던데.

A. 그렇다. 한국에서는 ‘1+1(하나 사면 하나는 공짜)’ 마케팅이 인기다. 그런데 일본 소비자는 이런 마케팅을 고객을 속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원래 싼 제품이니까 저런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 오해하기 때문. 그래서 일본에서는 ‘2벌 째 반값’ 전략을 썼다. 말 그대로 한 벌 사면 추가 구매할 옷은 50% 할인해준다는 말이다. 이렇게 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라쿠텐 뿐만 아니라 일본 자사몰에서도 이렇게 팔았더니 더욱 성과가 나아졌다. 그랬더니 현지 일본 브랜드도 따라할 정도가 됐다.(웃음)

젝시믹스 시부야 매장.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Q. 오프라인 매장도 점차 확대하고 있던데.

A. 현재는 온라인 외에도 편집숍 입점과 팝업스토어 등으로 고객접점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고객은 상품을 직접 보고 사는 즐거움에도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도쿄 시부야구의 랜드마크 ‘시부야109’에 열었던 젝시믹스 팝업스토어에는 일주일 동안 수천 명 이상이 매일 방문했을 정도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1:1 애슬레저 스타일링 컨설팅, 요가클래스 등 고객에게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 쇼핑몰에 입점한 팝업스토어는 긍정적인 호응에 힘입어 무기한으로 계약이 연장돼 운영 중이다.SNS상에서는 고객들이 팝업스토어 방문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리뷰까지 자발적이고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Q. 한국엔 없는데 일본에서는 새롭게 발견한 사업모델이 있다면.

A. 렌탈 사업이다. 일본 피트니스센터나 요가센터 등에서는 일하다가 운동하러 온 직장인이 몸만 가면 운동복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진행중이다. 특히 대형 피트니스센터에서는 고객이 고를 수 있게 다양한 브랜드를 렌탈 상품으로 구비 중이다. 젝시믹스는 각 센터에서 선호하는 브랜드라며 1000벌 이상 단체로 구매해가기도 한다. 물건을 사가는 정도를 넘어 자연스레 마케팅까지 해주는 효과가 있어 이런 성공사례를 들고 현지 여타 피트니스센터로 영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골프 라인 역시 은근히 관심이 뜨겁다. 특히 젊은층에서 더 반응이 뜨거워 골프라인 확대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일본 이커머스는 그동안 빠른 배송은 큰 이슈가 아니었다. 5일 후에 받아도 그리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런 대신 꼼꼼하고 신중하게 온라인몰에서도 상품을 고른다. 그런데 아마존재팬이 들어오면서 ‘다음날 배송’을 점차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래서 젝시믹스도 지난 1년 간 빠른 배송 체계를 갖추는데 집중했다. 그랬더니 여타 브랜드 대비 재구매율이 70% 이상이 됐다. 더불어 피트니스센터, 요가센터와 연계한 현장 체험 마케팅 등 일본 고객에게 남다른 고객 경험을 계속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매출액 목표는 150억원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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