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끝났다? 자영업자들 원리금 갚으며 버틸 수 있을지..."

이영광 2023. 10. 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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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79] MBC < PD수첩 > 김보람 PD

[이영광 기자]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일상을 바꿨다. 코로나가 심할 땐 2~3명이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출 등으로 겨우 버텼고 올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를 대부분 해제했다. 지금 자영업자들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지난 17일 MBC < PD수첩 >에서는 '불황의 늪, 버티거나 포기하거나-2023 자영업 생존기' 편이 방송되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시작한 이날 방송에는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보람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코로나도 버텼는데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하더라"
 
 김보람 PD
ⓒ 이영광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일단 최대한 발로 뛰는 취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방송에서 현장성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요. 다양한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여기저기 가보고 방송에 나오지 않은 지역들도 사실은 미리 섭외하고 간 게 아니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그 속에서 어떤 현상을 조금 발견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녔어요."

- 왜 최대한 발로 뛰어보려고 했나요?
"아이템을 찾아보다가 자영업자 9월 위기설 관련 뉴스를 봤는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9월로 끝난다는 거예요. 이걸 못 갚으시는 분들이 생긴다면 연쇄적으로 금융 시스템에 문제를 줄 수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경제 뉴스를 더 들여다보니 진짜 경제 지표들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각종 숫자는 '몇 년 만에 최악이다'로 말하고 있는데, 이 숫자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또 개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언론에서 많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가서 '요즘 먹고 살기 어떠냐'고 한번 물어보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 PD님은 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저도 집안 경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물가 보면 되게 헉소리가 많이 나거든요. 저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정말 하루하루 장바구니 물가는 제가 체감되는 정도고 외식 물가도 체감이 되는 정도인데 실제로 이러한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 물가와 연동해서 가격 책정하셔야 되는 자영업자분들 같은 경우 더욱 이게 와닿으시는 부분들도 큰 것 같아요."

- 맨 처음에 뭐부터 했어요?
"일단 뉴스 많이 찾아봤고요, 그다음에 < PD수첩 >에서 2년 전 코로나19 영업 제한 조치가 있을 때 'K-방역의 그늘' 편으로 자영업 사장님들의 힘든 상황을 방송한 적이 있어요. 그분들은 그 이후로 한 2년 넘게 지났는데 좀 살림살이가 나아지셨나란 부분들에 대해서 전화로 다 여쭤봤어요. 오히려 그때는 버텼는데 엔데믹 즈음부터 폐업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버텨서 남아계신 분도 만났는데 그때보다 더 안 좋아지신 거예요. 사전 취재 중에 '코로나도 버텼는데 지금이 더 힘들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고,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쫓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시작했잖아요. 왜 이렇게 구성한 거예요?
"일단 그림상으로 현장성이 가장 사는 공간이 어디일까를 생각해서 골랐고요. 그다음에 남대문시장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민생 1번지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정치인들이 많이 가잖아요. 그래서 생생한 민심의 소리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갔죠."

- 상인들은 뭐라고 하나요?
"어렵다는 건 공통적인 얘기들이고요. 남대문 시장 같은 경우는 도매 상가들이 많잖아요. 소매가 어려우면 도매도 같이 어려우니까 연쇄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에 관해서 얘기했었어요. '그래도 경기가 조금 풀렸어요'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분들도 코로나 시절보다는 사람들도 많이 오고 또 외국인들이 오는 상점들은 약간 더 회복세를 느끼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는 건 외국인 관광객밖에 없는 걸까죠. 내수가 굉장히 안 좋잖아요. 실질 소득도 많이 감소했고 쓸 돈이 없다는 얘기 많이 나오는데 방송에는 못 나왔지만 저희가 명동도 갔었거든요. '돈을 쓰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밖에 없고 한국인은 진짜 돈을 안 쓴다'란 얘기들을 많이 들었었어요."

- 예전에도 남대문 시장 같은 데, 갔을 텐데 사람들이 얼마나 없나요?
"남대문은 평일 장사하시는 시간에 찾아가서 촬영했다 보니 눈으로 보기에 사람이 줄었다거나 늘었다를 명확하게 말하기 쉽지 않네요. 또 명동 같은 경우는 많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실들이 눈에 너무 보이는 수준으로 '어떡하지, 저렇게 큰 건물도 아직 비어 있어' 이런 인상이 컸고요. 특히 강남역은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데도 1층 공실이 눈에 띌 정도예요. 그리고 저녁에 정말 사람이 싹 사라졌죠.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서 자영업자들이 그 당시에 영업 제한 때문에 굉장히 힘드셨던 부분들도 있지만 그때 소비 문화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녁에만 장사하시는 분들은 정말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더라고요."

- 강남 같은 경우는 건물 임대료가 비싸잖아요. 그것 때문에 공실이 많을까요?
"강남은 확실히 임대료 부분도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지금도 금리가 많이 오르니까 건물주들도 대출을 받아서 산 경우에는 이제 임대료를 어떻게든 올려야 된다는 생각도 하시죠. 문제는 임대료가 비싸도 그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면 되는 건데. 방송에서도 나왔다시피 강남 특히 중대형 상가 같은 경우는 안테나샵이라고 홍보 효과로 많이 들어가는데 그조차도 홍보비라 쳐도 너무 손실이 커서 안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으니까 큰 상가들이 많이 비게 되는 것 같고요. 취재 중에 만난 한 공인중개사가 '공실은 전염성이 있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나가 폐업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상권이 죽는 느낌이잖아요. 큰 도로변 1층 상가들이 비면 실핏줄 같은 골목의 상점들도 결국 같이 안 좋아지는 상권이 되는 거죠."

- 사무실에 반찬을 배달해 주는 강남 반찬가게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강남만 그렇게 하나요?
"저희가 만난 건 강남권이었는데 강남역뿐만 아니라 종로 쪽이나 이런 오피스, 그런 데 대상으로 하는 데도 있더라고요."

- 밥값 차이가 큰가요?
"굉장히 크죠. 저희 방송에도 나왔지만 정말 서울지역 8개 외식 메뉴 가격이 5년 동안 약 30% 올랐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저희가 식당에 가도 지금 1만 원 이하로 먹을 수는 없는 시대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강남역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훨씬 더 외식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는 편이니까요. 근데 반찬 업체들 같은 경우는 국과 반찬 4~5가지로 세트가 거의 6500원에서 7500원이니까 이런 업장들에서는 밥솥을 두고 밥은 해서 반찬만 배달해 먹죠. 반찬 하나 하면 또 하루 먹고 이틀 먹기도 하니까요. 훨씬 절약되죠."

"코로나 이후 매출 회복 안 됐는데 물가는 너무 올라"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코로나가 끝났지만, 자영업자가 어려운 건 고물가 때문인가요?
"물가가 높아진 부분들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근본적으로는 결국 끝나지 않은 코로나의 그늘 같기는 해요. 그러니까 코로나 때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정부에서 재정 지원 하면서 영업 제한 같은 피해에 대해서 복구시켜 주려고 노력한 부분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정책적으로 저금리 대출을 제시했잖아요."

- 우리나라도 지원금이 나오지 않았나요?
"지원금도 어느 정도 있기는 했는데 지원금보다는 사실 주된 정책은 저금리 대출이었다 보니까 그때는 금리가 오를 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죠. 금리가 올라가니까 빚의 역습이라고 해야 될까요? 대출로 감춰온 우리 경제의 민낯이 이제야 드러났다는 느낌이에요. 대출로 버텨왔고 코로나만 끝나면 모든 게 경기가 회복되고 그러면 갚을 거로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코로나가 끝났지만, 경기는 좋아지지 않고 매출액이 전체적으로 코로나 이전에 100%를 회복하지도 못하고 그런데 물가 때문에, 전기, 가스, 수도 안 오르는 공공요금이 없고, 식재룟값도 우유, 식용유 이런 거 할 거 없이 다 올랐고 거기다가 이자 비용마저도 너무 센 거예요."

- 최근에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오잖아요. 그런데 달라지진 않았나요?
"저희가 명동도 취재를 열심히 했지만, 분량, 구성상 내보내지 못해서 아쉬운데요. 명동은 상권 회복이 중국인 관광객들 오는 것과 가장 연계가 된 지역이잖아요. 근데 일단 단체 여행객들이 코로나 이전만큼 회복이 안 되고 지금 한국인은 돈을 안 쓰고 그나마 돈을 쓰는 사람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인데 그들도 와서 큰돈은 못 쓰고 작게 액세서리들을 사 간대요. 그러면 매출도 안 나오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 철거업체도 가셨잖아요. 업체는 일 많은 게 기분이 묘할 거 같아요.
"사실 지금 철거 업체도 힘든 거예요. 왜냐하면 이것도 방송에 좀 못 나와서 아쉬운데 철거하는 걸 돈 주고 매입하셔서 창업하시는 분들이 없으면 판매 재고만 쌓이는 거예요. 마침 제가 사전 취재를 하러 갔던 날이 월급날이었는데, 철거업체 사장님도 직원들 월급 줄 수 있나라고 얘기 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중고로 사 온 물건들이 고물되지 않으려면 창업하시는 분들이 와서 사 가야 하는데 창업조차 안 하니 지금 시작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 거죠."

- 철거하면 돈 받지 않나요?
"철거비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가 만난 업체의 주 수입은 중고 물건들을 매입해서 다시 판매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주방 싱크대라든지 그릇이라든지 폐업하는 가게에서 갖고 왔다가 파는 거죠."

- 피자 집 폐업하는 날도 방송에 나오던데 가서 보는 것도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아요.
"폐업 현장은 제가 아니라 저희 팀 다른 PD가 갔었거든요. 저는 찍어온 영상을 봤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자책하게 된다는 말이 마음 아팠어요. 이분도 뭔가 약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장사 시작하셨던 건데 가게 접는다는 결심도 쉽지 않으셨을 거고, 간판 내려갈 때,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었어요."

- 처음에 얘기했는데 9월 위기설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10월이죠, 9월 위기설은 넘긴 건지 아니면 아직도 모르는 건가요?
"아직 모르지 않을까 싶거든요. 정부의 코로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9월로 종료가 됐는데 그거 말고도 지금 사람들이 1금융권뿐만 아니라 2금융권 저희가 방송에는 못 나왔지만, 사채까지 쓰신 분들도 계시고. 굉장히 빚을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받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원리금 갚으셔야 된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러면 이분들이 갚을 수 있는 능력인지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매출은 코로나 이전만큼 안 올라가고 비용은 높아지고 이제 이자만 내다가 원리금을 같이 내야 된다면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지 생각이 들고요. 어떤 사람들한테는 그 시절에 빚으로 연명했던 게 지금 폭탄처럼 다가와요. 폭탄 돌리기, 빚으로 빚 막기가 되는 상황이라서 9월이 지나갔다고 위기가 끝난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위기는 진짜 서서히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누칼협'이라는 말이 요즘에 유행이잖아요.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의 줄임말이죠. 자영업자들한테도 누가 칼 들고 자영업하라고 협박했냐는 얘기 많이 하죠. 근데 그런 냉소와 조롱이 우리 사회에 무슨 힘이 될까란 생각이 들었고요.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이 20% 가까이 되는 나라니 결국 우리 주변 아주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거든요.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괜찮은 수입을 위해 자기 사업 시작하신 분들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자영업 선택한 분들도 많죠. 우리나라는 특히 좋은 일자리가 너무 없으니까 자기가 스스로 자기 일자리를 만들어서 일했을 뿐인데 이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과연 방치해도 될 일인지 이분들이 급격히 무너지면 사회적 비용은 후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죠, 그런 차원에서 국가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게 많다고 하셨는데 얘기할 게 있나요?
"인력시장도 취재했는데요. 첫차 시간부터 일을 찾으러 나왔는데 허탕 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대다수였어요. 장사가 잘 안 돼서 나오신 분들도 있었고,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한다는 분들이었는데 건설경기도 좋지 않으니, 일이 없더라고요.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일감이 없다는 말만 들었어요.

그렇게 새벽 4시에 인력시장 취재를 하는 와중에 마침 무한리필 고깃집 사장님 문자가 왔는데, 아마 새벽에 못 주무시고 생각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하나뿐인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는데, 같이 먹으러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밥 한 끼 식구들과 함께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거 같은데 그게 요즘 너무 힘들다'라고 하시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고요. 누군가의 가족, 이웃의 가까운 얘기라 모든 사장님의 이야기가 눈에 계속 밟혔고, 희망을 얘기하기 가혹한 현실이 크게 와 닿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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