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김건희-천공 질문서 영향"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 MBC를 날리면 >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
ⓒ 창비 |
책에는 지금 상황을 해직 기자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18일 서울 망원역 근처에서 박성제 전 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출간 이후 9년 만에 <MBC를 날리면>을 내셨습니다. 9년 전과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때는 해직 언론인일 때고 스피커 만드는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거든요.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는 에세이집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왔고 해직 언론인으로서의 삶과 꿈을 얘기한 책이었고, 지금은 보도국장과 사장을 거쳐 공영방송사 언론인으로 퇴직해 제가 겪었던 일을 국민들 앞에 상세하게 밝히는 내용이거든요.
그때는 개인적인 삶에 대한 내용을 주로 썼지만, 지금은 MBC와 공영방송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언론계에 대한 정권의 탄압과 압박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그거에 맞서 싸우는 언론인들에게 힘을 좀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라 더 좀 마음이 무겁고 또 긴장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왜 언론인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어요?
"예전에 싸울 때도 여러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MBC와 KBS 문제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주셨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소위 레거시 언론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앞으로 이 싸움을 해 나갈 때 조금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 책 제목을 왜 <MBC를 날리면>이라고 했나요?
"원래는 'MBC 죽이기' 같은 제목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죽이기'라는 제목의 책이 꽤 있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는 쉬우나 신선하지 않아서 조금 더 좋은 제목을 찾다가 출판사 쪽에서 'MBC를 날리면'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주변에 물어봤더니 다 좋다고 책의 기획 의도가 딱 읽히는 책이라고 평가해 주셔서 이걸로 하게 되죠."
- 책에 보니 지금 해직 기자로 돌아간 거 같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원래 사장은 끝났으니까 다른 책을 쓰고 제가 하고 싶은 작은 사업도 한번 계획해 보고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오고 KBS 사장은 해임돼서 바뀌려고 하고 있고 MBC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책을 쓰게 된 거거든요. 해직 언론인 때 복직뿐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 책을 쓰면서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하게 됐어요."
- 프롤로그에서 '바이든/날리면' 상황을 설명하셨잖아요. 그 상황이 지금 상황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죠. 책엔 지록위마 고사에 비유했는데 지록위마 고사에서 간신 소고가 사슴을 말이라고 우겼죠. 그리고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하는 신하를 다 죽였다는 거예요. 저는 거기에 주목하고 싶었거든요. 보통 지록위마 고사를 보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다까지만 나오지 그 뒷부분은 잘 안 나와요. 근데 사실 지록위마 고사는 그 뒷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사람들이 다 '바이든'이라고 처음에는 믿었죠. 왜냐하면 그렇게 들리니까요. 근데 갑자기 대통령실에서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거예요. 대통령실에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게 '날리면'으로 들릴 수도 있는 거고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MBC뿐만 아니라 140개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보도했는데 마치 무슨 국익을 위험하게 한다는 식으로 혐의를 씌워 처벌하려고 하잖아요. 바로 지록위마라는 거죠. 굉장히 위험하다고 저는 보는 거예요. 때문에 이게 큰 위기라고 보죠."
▲ MBC 사장 시절의 박성제 |
ⓒ MBC |
"정확히 표현하면 바이든/날리면 사태 때문에 대통령실과 MBC의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진 상황에서 <스트레이트>가 천공과 김건희 여사 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서를 냈거든요. 그날 저녁에 갑자기 9시 넘어서 전용기에 타지 못한다는 문자가 날아왔어요.
기본적으로 대통령실은 MBC에 대해 굉장히 억하심정 분노 같은 것들이 있었겠죠. 거기에 김건희와 천공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서 같은 게 전용기를 못 타게 하는 불허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건데 제 추측이에요."
- 당시 사장으로서 전용기 못 탄다는 얘기 들었을 때 어땠나요?
"제가 책에도 썼지만, 굉장히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굉장히 불법이고 위헌적인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헌법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들이 명백하게 규정돼 있잖아요.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는 거죠.
그걸 어긴 거라고 저는 봤고요. 특히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 개인의 재산이 아니에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인이나 기자를 타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생각해요."
- 지나온 시간을 회상했을 때 우리 언론에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저는 조국 사태와 관련된 보도를 MBC가 차별적으로 다른 언론사와 다르게 한 게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조국 사태 보도에서 보여준 언론의 모습이 굉장히 사람들을 실망시켰는데 MBC는 검찰이 주도하는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지 않고 차분하게 보도했거든요.
조국 장관에 잘못한 점이 있으면 보도했지만 이상한 검찰의 플레이 때문에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일가가 여러 가지 보도로 공격당했는데 그중에는 근거 없는 부분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MBC는 휘말리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했죠. 그런 걸 사람들이 인정해 주신 거죠. 그래서 그때가 MBC 보도에 사람들이 조금 주목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처음이 아니었나, MBC 전체로 보면 그렇게 생각합니다."
- 복직하기 전 '1년이면 MBC를 재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2000년대 MBC와 지금의 MBC는 같을까요 다를까요?
"MBC 자체는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MBC 말고도 다른 쪽에 콘텐츠가 많아졌죠. 그래서 MBC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예전 같지는 않죠. 그러나 예전에 MBC가 항상 신뢰도 1, 2등 하던 자리를 되찾았죠. MBC라는 언론사로서의 이미지는 예전하고 다를 게 없고 다시 복구했다고 봐요. 근데 오래 걸렸죠."
- 2017년 파업 이후 전 경영진이 뽑은 기자들과 화합 문제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대체인력 성격으로 뽑힌 거라 기존 기자들 입장에서는 안 좋을 수도 있잖아요.
"서로 화합하고 갈등을 극복하려고 많은 사람이 노력했어요. 간부들도 노력하고 기자들끼리도 노력해서 약간씩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 해결돼서 큰 문제 없이 일하고 있어요."
- 지난 5년을 거칠게 보면 MBC의 약진과 JTBC의 몰락 아닐까 싶은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JTBC가 몰락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고요. MBC 얘기만 하면 MBC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JTBC는 아무래도 손석희 선배가 뉴스에서 내려오시면서 그 영향도 있었겠죠. 그러나 MBC 같은 경우는 특정 앵커가 주도하는 뉴스라기보다 전체적인 조직의 힘이 예전의 것을 많이 되찾으면서 MBC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가 약진하게 된 거고 JTBC 걸 꼭 뺏어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 MBC를 날리면 >을 출간한 박성제 전 MBC 사장 |
ⓒ 박성제 |
"저는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왜냐면 이동관씨를 작년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하지 않고 인수위 고문으로 했거든요.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이면 3년 동안 못 해요. 그때 윤 대통령이 이동관씨에게 뭔가 중책을 맡기려고 하는데 그게 방통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 이 위원장은 지명된 후 첫 출근 때 공산당 언론을 언급했었는데 어떻게 들으셨어요?
"KBS와 MBC를 공산당 언론이라고 한다고 생각했죠. 그들이 보기에는 민주당 언론이라는 거죠. 그럼 민주당이 공산당으로 되잖아요.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거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싸워야 한다면서 이념 논쟁을 많이 하잖아요. 자기와 반대되는 사람 혹은 자기한테 비판적인 언론을 '공산당', '좌파'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단 말이죠. 그거와 맥이 닿아 있는 얘기죠."
- 박민 문화일보 논설실장이 KBS 사장에 내정됐어요. KBS 안에도 정권 말 잘 듣는 사람 많을 텐데 신문기자 출신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문 기자냐 방송 기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KBS 출신이 아닌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했다는 게 상징적인 것 같아요.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을 내릴 때 윤석열 캠프 내에 있던 사람 중 KBS 출신들은 반대했대요.
KBS 출신한테 사장 맡기면 KBS를 장악하거나 망쳐놓을 수 없죠. 왜냐하면 KBS 출신들은 보수적이라 하더라도 KBS를 지키려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외부 사람을 집어넣은 거죠. 즉 그것은 KBS를 정상화하거나 개혁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KBS를 망치겠다는 뜻이죠."
- 일단 법원의 판단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권태선 이사장이 계속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되었죠. 지금 정권이 이렇게 하려는 게 총선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총선 전에 다시 권 이사장 해임을 시도할까요?
"그럴 것 같아요. 복귀했어도 또 가처분에 대해 방통위가 항고했고요. 그와 별도로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또 수사가 진행되고 있대요.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지 총선 전에 사장을 교체해 보려고 이사장을 계속 공격할 것 같아요."
- 최근 MBC가 신뢰도 1위를 한 한국 언론 현황이 언론진흥재단 기록에는 빠져서 말이 나오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언론진흥재단이 로이터의 의뢰로 국내 언론 신뢰도 조사를 하는 게 벌써 3년이 됐어요. 그런데 그전에는 MBC가 몇 위를 하든 모든 언론 신뢰도가 한국어 번역판으로 보고서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MBC가 1위 했다는 부분을 아예 번역판에서 삭제했어요.
그게 왜 문제가 되냐 하면 예전 언론재단 이사들이 있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근데 언론재단 이사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바뀌었어요. 그래서 보수 신문 출신들도 들어오고 이사장은 방통위원 하던 김효재씨가 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하죠. 김효재 이사장이나 새로운 이사들의 삭제 지시가 있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실제로 삭제 지시가 있었다면 사법처리 대상이죠."
- 총선 출마 권유도 있을 것 같은데.
"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저는 원래부터 공영방송 사장을 지낸 사람은 국회의원 출마를 하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게 법에 어긋나는 건 아니고 또 언론인들이 정치할 수도 있죠. 그게 꼭 나쁘다고는 볼 수 없어요. 그러나 공영방송 사장이라면 특정 정당에 소속되는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소신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그 소신 지키고 싶기 때문에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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