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해시 전선공장, 친환경·AI 바람 타고 ‘쭉쭉’…생산·시공 역량↑

황민혁 2023. 10. 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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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m 높이 탑(VCV타워) 최상층에 올라 동쪽 창밖을 내려다 봤다.

오른쪽 시야엔 거대한 전선을 분주히 생산하는 공장단지(해저 1~4동)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19일 아시아 최대 규모, 국내 유일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생산거점인 LS전선 동해공장을 찾았다.

LS전선은 동해공장 생산 역량을 키워 수요 급증에 발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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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동해공장에서 직원들이 턴테이블에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뒤로는 172m 높이 VCV타워(수직연속압출시스템)가 보인다. LS전선 제공

172m 높이 탑(VCV타워) 최상층에 올라 동쪽 창밖을 내려다 봤다. 왼쪽 시야엔 인구 8만 강원도 동해의 소형 아파트와 논밭이 올망졸망 모여있었다. 오른쪽 시야엔 거대한 전선을 분주히 생산하는 공장단지(해저 1~4동)가 한눈에 들어왔다. 완성한 노랑·검정 줄무늬 전선은 분속 5~6m의 속도로 동해항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전선은 공장 앞 4차선 도로만 땅 밑으로 통과하면, 동해항에 정박한 배에 몸을 싣고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친다.

지난 19일 아시아 최대 규모, 국내 유일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생산거점인 LS전선 동해공장을 찾았다. HVDC는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 특화한 기술이다. 친환경·AI로의 전환은 전력을 더 멀리,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해저케이블에 대한 수요를 키운다. 이에 프리즈미안(이탈리아), 넥상스(프랑스), NKT(독일), 스미모토(일본) 등과 함께 전 세계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을 과점하는 LS전선은 ‘생산량 증대’와 ‘풀 밸류체인’ 구축으로 대응한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50년까지 지구를 다섯 바퀴 감을 수 있는 길이(22만 9000㎞)의 해저케이블을 신규 포설할 것으로 추산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기차 이용의 증가는 전력 수급을 ‘빡빡’하게 만든다. 전력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새로 짓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는 다량의 해저케이블을 요구한다. 해저케이블은 새로운 발전원을 전력 수요처 및 기존 전력망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LS전선은 동해공장 생산 역량을 키워 수요 급증에 발맞춘다. 해저 1~3동을 100% 가동 중이며, 지난 5월 HVDC 해저케이블 전용공장인 해저 4동을 완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4공장 완공으로 동해공장은 생산 능력을 50% 향상했다. LS전선은 1555억원을 추가 투입해 해저 5동까지 새로 짓기로 했다. 여상철 동해공장장은 “내년 7월부터는 해저 4동도 100% 가동해(현 가동률 70~80%) 동해공장 생산량 극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S전선 직원들이 동해공장에서 턴테이블에 초고압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해저 4동은 높이 172m에 이르는 초고층 VCV타워(수직연속압출시스템)를 포함한다.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다. 탑의 높이가 높을수록 고품질(길이가 긴) 전선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날 해저 4동에선 대만 ‘하이롱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납품할 해저케이블을 생산하고 있었다.

LS전선은 시공 능력 내재화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월 자회사 GL마린으로부터 8000t급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을 390억원에 샀다. 이날 동해항에 정박한 GL2030에선 길이 7.2㎞의 완제품을 싣고 있었다. 5.8m 높이 배의 꼭대기에서 해저케이블을 떨어뜨려 3000t 용량 턴테이블에 동그랗게 쌓았다. 전선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해저케이블의 최소곡률반경(기계·전기적 특성을 변형하지 않고 전선을 구부릴 수 있는 한계 허용 반경)을 지키며 선적하기 위해서다. 이 제품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로 간다. 비금도 태양광 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상으로 보내는 매개체가 될 예정이다.

GL2030은 선박의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 및 제어하는 시스템도 장착하고 있었다. 통제부인 ‘브릿지’에는 선박 위치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를 탐지하는 시스템(다이나믹포지셔닝시스템)과 선박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해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6개 추진기(쓰러스트)의 손잡이가 있었다.

동해=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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