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1조원 싹쓸이…LS "이제 미국 접수 하겠다"

고영욱 2023. 10.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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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LS마린솔루션, LS전선아시아와 함께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 턴키 수주하겠다는 전략이다. 목표시장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늘고 있는 아시아와 미국이다.

해저케이블은 부가가치가 높다. 생산과 시공에 특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다.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음에도 LS전선을 포함한 세계 4개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LS전선은 대만 1차 해상풍력 건설사업의 8개 프로젝트에 대한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모두 따낸 바 있다. 2019년부터 누적 수주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지난 19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거점인 동해사업장을 찾았다. 수주 잔고 3조 8천억 원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해저케이블은 총 6단계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길게 만들수록 품질이 올라간다. 끊기는 부위에서 전력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 번에 16킬로미터 짜리를 만든 적도 있었다.

“저기 1만 톤 턴테이블 하나를 다 채우면 금액으로 5천억 원에서 6천억 원은 될 겁니다. 몇 조장 들어 가냐 또 케이블 사양이 뭐냐에 따라 다릅니다.”

현장을 설명한 LS전선 직원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있었다. 턴테이블은 완성된 해저케이블을 둥글게 말아 쌓아놓는 구조물이다. 가운데 빈 공간을 둔 둥근 울타리 모양이다. LS전선엔 이런 크고 작은 턴테이블이 30여개 있다. 이곳에 해저케이블이 가득 차있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거대한 LP판 같았다.

1만 톤 턴테이블 바로 옆엔 지난 5월 준공된 VCV타워가 우뚝 서있다. 172미터, 아파트 63층 높이다. 이곳에서는 케이블을 수직으로 길게 늘어뜨린 뒤 절연공정을 한다. 절연재를 중력 방향으로 골고루 입혀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꼭대기 층에 오르니 동해항을 품은 LS전선 동해사업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LS전선 동해사업장은 약 27만 제곱미터(8만1,000평)로 해저케이블 전용공장으론 아시아 최대 규모다. 짓는데 총 8,555억 원이 들어갔다.

해저케이블은 때가 되면 배에 실린다. LS전선 동해 사업장은 동해항과 길 하나 사이를 두고 붙어있다. 다만 케이블 무게가 1미터 기준 100킬로그램 가량인데다 길이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차로는 싣고 가기 어렵다. LS전선은 땅굴을 파 동해항까지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전용 통로를 만들었다. 땅굴을 나온 해저케이블은 전용 시공 선박인 포설선에 실린다. 이때 일정한 속도가 중요하다. 케이블이 포설선에 있는 턴테이블에 적재될 때 꼬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LS마린솔루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에는 비금도로 가는 3.5킬로미터 길이의 케이블이 실리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관계자는 “다 싣는 데 꼬박 하루는 걸릴 것”이라고 했다. GL2030은 LS전선이 국내외 해상풍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건조한 8000톤급 특수선박이다. 파도나 조류에 영향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다. 선박위치정밀제어(DP·Dynamic Position)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LS마린솔루션은 이외 통신케이블 포설선 세계로호, 다목적 매설선 미래로호 등 총 3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블이 해저에 놓이면 잠수정으로 주변에 물을 쏴 모래로 덮는다. 저인망식 어로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케이블 손상을 막기 위해서다.

LS전선이 지난 8월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기 전까진 시공은 외부업체에 맡겨야 했다. 해저케이블 시공 업체가 전 세계 몇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줄을 서야했다. LS전선 고위관계자는 “배가 없던 시절 고생을 많이 했다”며 “대기는 기본이고 비용 자체도 비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언제든 원하는 때 시공까지 할 수 있게 돼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 턴키 수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양사는 지난달 전남 ‘안마 해상풍력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첫 시너지를 냈다.

통신케이블 시공만 하던 LS마린솔루션 입장에선 전력케이블 시공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됐다.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는 “LS전선과 저희는 전력케이블 시공사업 뿐만 아니라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해상풍력 시장에 같이 진출하면서 시너지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내년 매출은 1천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년 목표 매출은 4천억 원이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해 400억 원 대 매출을 기록했다.

LS전선은 미국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는 투자 결정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늘어나면서 이를 연결하기 위한 전력망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1960년~70년대 구축돼 노후된 송전망의 교체,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따라 수년 내 전력 케이블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아시아도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기업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PTSC와 해저케이블 합작공장을 짓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사업협력 MOU를 맺은데 이은 조치다. LS마린솔루션은 최근 대만에 영업거점을 마련해 2조5천억 원 규모의 해저시공 사업권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고영욱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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