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가을야구 구경해도…손질도 더딘 롯데 외양간

고봉준 2023. 10. 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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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SSG전이 끝난 뒤 불꽃놀이가 열리고 있는 사직구장. 사진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20일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 베어스를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태형(56) 감독을 21대 사령탑으로 앉혔다.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이다. 지난해 말 두산에서 나온 뒤 1년간 해설위원을 지낸 김 감독은 “팬들의 열정이 가장 뜨거운 롯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만큼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롯데를 바꾸겠다”고 했다.

올 시즌 롯데의 최종순위는 7위(68승76패)였다. 최근 6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 2017년 후반기 깜짝 반등을 앞세워 3위를 기록한 뒤 이듬해부터 7·10·7·8·8·7위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또다시 위기감을 느낀 롯데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승 청부사를 데려왔지만, 선임 과정에선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6년째 가을야구를 구경하고 있는 구단이라고는 납득이 되지 않는 느긋한 행보로 이번에는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할 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감독의 롯데 부임설은 지난 17일 페넌트레이스 종료와 함께 크게 확산했다. 일각에선 계약서 사인만 남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롯데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구단은 10월 말 이후를 새 사령탑 선임 시기로 뒀다.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10월 마무리캠프를 진행해도 상관이 없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감독 선임이 늦어진다고 판단한 롯데는 이종운 감독대행에게 마무리캠프 스케줄 초안을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누가 될지 모르는 다음 사령탑을 위해 감독대행이 밑그림을 구상하는 기이한 모양새가 만들어진 셈이다. 롯데 코치들 사이에선 “빨리 감독이 정해져야 우리가 남을지 떠날지가 결정되는데 선임이 늦어지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왔다.

두산 사령탑 시절의 김태형 감독. 연합뉴스

이 사이 야구계에는 다시 여러 소문이 돌았다. 예정대로 김 감독이 롯데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거나 김 감독이 다른 구단으로 갈 수도 있다는 루머도 떠돌았다. 롯데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부랴부랴 움직였다. 이달 초 가볍게 교감만 나눴던 이강훈 대표이사와 김 감독이 만나 협상했고, 20일 보도자료용 사진도 찍지 못한 채 계약을 발표했다.

롯데처럼 지난해 감독대행 체제를 운영했던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뜸 들이지 않고 신임 사령탑 인선을 마쳤다. NC는 페넌트레이스 종료 다음날 강인권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고, 삼성은 일주일 뒤 박진만 감독대행을 역시 정식 감독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의 경우 NC보다 시일이 걸리기는 했지만, 박진만 감독이 선임 전부터 마무리캠프를 지휘하며 사실상 감독 내정 상태였다.

롯데 성민규 단장. 사진 롯데 자이언츠

단장 교체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보통 감독 선임은 프런트 가운데 현장과 가장 가까운 단장이 주도한다. 그러나 올 시즌 막판부터 사실상 퇴진이 유력했던 성 단장 교체가 늦어지면서 이강훈 대표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맡아야 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교체 사실을 김태형 감독 선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편 2019년 9월 부임해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구단 변화를 천명했던 성 단장은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재임 시절 기존과는 결이 다른 FA 영입과 트레이드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의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차기 단장으로는 내부 임원 승진이나 외부 인사 영입 모두 고려된다. 사령탑이 먼저 정해진 만큼 김 감독과의 호흡도 중요 판단 요소로 꼽힌다. 김 김독은 24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취임식을 연 뒤 다음날 김해 상동구장에서 선수단을 만난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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