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대 증명' 위파위, 3경기면 충분했다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기업은행을 연패에 빠트리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1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 25-21, 25-18, 25-23)로 승리했다. 지난 18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아쉽게 패했던 현대건설은 기업은행의 홈개막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며 시즌 초반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2승 1패).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39.66%의 공격성공률로 25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양효진도 블로킹 3개를 포함해 48.39%의 성공률로 18득점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이날 시즌 개막 후 첫 두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11득점에 그쳤던 이 선수가 56.25%의 성공률로 21득점을 퍼부으며 현대건설의 승리를 견인했다. 개막 3경기 만에 태국 국가대표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이 그 주인공이다.
▲ 아시아쿼터 전체 2순위 위파위는 시즌 개막과 함께 현대건설의 붙박이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고 있다. |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
한국배구연맹은 2023-2024 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V리그는 외국인 선수가 공격을 전담하는 리그의 특성상 아시아 국적의 선수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아시아쿼터 제도는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아시아 국적의 선수에게 국내 V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구단들도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를 수급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됐을 때 배구팬들은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자국리그가 발달해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V리그의 문을 두드릴 확률도 높지 않고 기껏해야 한국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동남아 선수들이 아시아쿼터로 대거 선발되지 않겠냐는 이유였다. 그나마 기대를 모은 것은 최근 2~3년 사이에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태국 선수들이 여자부의 아시아쿼터에 많이 지원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자부의 7개 구단은 모두 아시아쿼터에서 선수를 지명했는데 태국 국적의 선수가 3명이나 지명됐다. 그중 전체 1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는 2010년대 태국을 대표하던 세터 눗사라 톰콤의 뒤를 잇는 태국의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현대건설이 지명한 위파위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지명을 받은 타나차 쑥솟도 태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어느 정도 기량이 검증된 선수였다.
하지만 3순위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지명을 받은 메가앗티 퍼티위와 5순위 엠제이 필립스(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6순위 메디 요쿠(GS칼텍스 KIXX) 등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국적으로 국내 배구팬들에겐 낯선 선수였다(메디는 현재 필리핀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로 교체됐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은 아시아 레벨의 국제대회 예선에서나 맞붙는 상대로 일반 배구팬들은 중계를 접할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우려 속에 시즌이 시작됐지만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초반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메가는 정관장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고 있고 개막전에서 교체로 출전했던 폰푼도 두 번째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필립스 역시 2경기에서 21득점으로 중앙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21일 경기에서는 현대건설의 위파위가 개막 3경기 만에 드디어 코트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단 11득점에 그쳤던 위파위는 3번째 경기에서 21득점을 폭발시켰다. |
ⓒ 한국배구연맹 |
태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는 지난 4월에 열린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사실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히터 지명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다. 고예림이 시즌이 끝난 후 양쪽 무릎에 수술을 받으며 차기 시즌 출전이 불투명했고 FA자격을 얻은 '밍키' 황민경(기업은행)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태국 국가대표 위파위는 현대건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위파위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통해 현대건설에 지명된 후 여러 국제대회에서 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위파위가 태국 국가대표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는 사이 현대건설은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정지윤이 발목인대를 다치며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아시아쿼터 위파위의 활약이 더욱 절실해진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1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부터 위파위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위파위는 V리그 데뷔전이었던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무려 59.62%의 리시브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현대건설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18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도 17개의 디그와 함께 42.7%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파위는 페퍼저축은행전에서 26.32%의 성공률로 5득점에 그친 데 이어 흥국생명전에서는 15.38%의 성공률로 6득점을 올리면서 기대했던 공격에서는 실망스런 활약을 선보였다.
아쉬웠던 첫 두 경기는 워밍업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위파위는 21일 기업은행을 상대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32번의 공격을 시도해 56.25%의 높은 성공률로 18개의 공격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하나를 곁들이면서 모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21득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승리를 견인했다. 김주향에게 목적타 서브가 집중됐음에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7.18%의 리시브 점유율(29회)을 책임진 것도 여전했다.
위파위는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98회의 리시브를 시도하며 현대건설에서 가장 높은 44.75%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28.57%의 리시브 효율은 더 올릴 필요가 있지만 강성형 감독으로서는 리시브를 책임지는 위파위의 존재가 그저 고마울 것이다. 그렇게 수비에서의 활약으로도 충분한 선수가 이제 공격까지 살아난 것이다. 앞으로도 위파위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위파위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현대건설의 핵심선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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