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사각지대’ 관상동맥질환…“약제 급여기준 낮춰 LDL 관리해야”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퇴원하더라도 재발 및 사망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는 초고위험군이다. 실제로 관상동맥질환 환자 3명 중 1명은 심혈관질환 등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일컫는 심혈관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근경색이 재발하면 사망률은 4배까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김충기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진료지침상 관상동맥질환을 겪은 환자는 나이, 기저질환과 관계없이 초고위험군으로 지정한다”며 “심혈관 사건을 언제든 경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은 초고위험군 환자의 LDL-C(저밀도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춰 심정지 같은 증상의 재발을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또 LDL-C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에볼로쿠맙 등 PCSK9 억제제를 기존 약제와 함께 쓸 것을 권한다. PCSK9 억제제는 LDL 수용체를 감소시키는 단백질 PCSK9을 차단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기전을 가진다.
최근 이뤄진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죽상경화성(관상동맥)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에볼로쿠맙을 이용해 낮췄을 때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을 비롯한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이 대조군 대비 20% 낮았다.
김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예후에 있어 LDL-C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LDL-C를 낮추면 동맥경화의 진행 속도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근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심혈관 사건 예방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최근에는 LDL-C 목표 기준인 55mg/dL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환자의 갖는 이득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행 급여 기준으로는 처방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필요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짚었다. 심혈관질환은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데, 급여 기준의 한계 때문에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은 △LDL-C 70mg/dL 이상인 상황 △1차 치료인 스타틴의 최대 내약 용량과 2차 치료 에제티미브를 사용했음에도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을 2개 이상 갖고 있거나, 질환이 1개라면 고위험요인이 2개 이상일 때 적용된다. 즉 LDL-C가 70mg/dL이상이어도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에 속하지 않거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LDL-C 수치가 55mg/dL 이상 70mg/dL 미만인 환자는 급여로 사용할 수 없다.
김 교수는 “환자의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해 급여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례가 있다”면서 “10mg/dL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사라면 이 정도 차이가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급여 기준은 정부 입장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임의로 적용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치료는 예방적 차원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비용 효과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어렵다”며 “환자들도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LDL-C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이 PCSK9 억제제를 쓰는 것이 좋다고 권해도 비용 문제로 안 쓰는 환자의 비율이 3분의 2 이상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약제 급여 기준을 개선해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급여 기준을 완화해 의료진이 진료 현장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환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 초점을 맞춰 치료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초고위험군과 생활습관 교정만으론 콜레스테롤 관리가 어려운 고령층에게 급여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많은 심혈관계 전문가가 심혈관 사건 예방을 위해서는 LDL-C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환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생활습관 교정은 물론, 전문의 권고에 따른 적절한 약제 등을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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