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급 학생도 의대 간다"…의대 증원에 대치동이 들썩인다
" 오히려 명문대 재학생 학부모들이 재수를 권해요. 취업까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 차라리 수능 한 번 더 보고 의대 가면 안 되겠느냐고요. "
정부가 필수의료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공식화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한 학원장은 정책의 여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년도 입학 정원 확대를 목표로 그동안 관련 업무와 관련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국민, 환자단체 그리고 전문가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대학 입시에도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치동 학원가 역시 의대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한 의대 입시 전문 학원 관계자는 “이미 주변 고등학교 2학년은 한두 학급을 제외한 모든 반이 이과반이다. 의대 정원이 확정되고 현 고 2의 대입이 본격 시작되는 올 연말, 연초에는 문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입시 학원 관계자는 “의·치의·한의대 등 메디컬 계열 지망생을 함께 가르쳤던 반을 더 세분화시켜서 성적별, 계열별로 확장할 생각”이라며 “지방 학생들도 대치동 학원들을 오고 싶어 한다고 해서 이런 수요도 흡수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3등급도 간다”“초등부터 빠르게”…곳곳에 의대 마케팅
한 학원장은 “‘의대가 정말 증원이 확정된 게 맞느냐’는 문의가 가장 많다. 1000명만 늘어난다고 쳐도 올해 기준으로 연·고대 갈 친구들이 모두 의대를 갈 수 있는 셈이다 보니 재수종합반에는 호재”라며 “오히려 현재 의대를 준비하는 고 3 사이에서는 ‘2학년만 좋아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초등생 대상 의대 준비반도 성업 중이었다. 이들 학원은 정문 게시판에 “중등 수학 1년, 고등 수학 1년 등 3년 과정을 이수하면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대비반 합격을 보장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었다. 시간표에 적힌 강사 이름에는 중등 수학 과정에 포함된 ‘대수’, ‘기하’ 등의 담당 파트가 함께 적혀있었다. 이 학원은 초등 1~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도 운영하고 있었다. “초중등 선행을 위한 필수 개념을 사고력 수학을 통해 쉽고 빠르게 익혀 상위권 도약을 준비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설명회 개최, 특목고 반 개설…“대입 개편안 특수도”
학원들은 내신 5등급제 개편으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당초 교육부는 고교 1학년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5등급(A~E) 절대평가를 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앞선 발표를 번복하고 전 학년에서 5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식을 내놨다.
한 수학 학원장은 “예전 9등급 상대평가 체제에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몰리는 특목고, 자사고에서 1등급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100명 중 34명 안에만 들면 2등급까지 받을 수 있다”며 “학원가 주변의 교육열 높은 지역에선 당연히 특목고, 자사고를 목표로 할 것이다. 특목고 반을 새로 개설할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전문 학원 관계자는 “5등급제로 내신 변별력 완전히 없어지다 보니 학교 경쟁력이 있는 특목, 자사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그나마 내신 앞세워서 의대 가던 지방 고교 학생들은 (지역인재선발 제도를 제외하면) 의대 갈 길이 막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원가의 지나친 의대 입시 부추기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앞으로 대입 제도 개편 등 상당한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현재 학원들의 공포 조장식 마케팅은 대부분 근거가 없다"며 "정부가 지역 인재 선발 방침을 밝힌 만큼 구체적인 대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송다정 인턴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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