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처럼 보여도 무섭게 변해"…이준석 끌어안던 尹 '위기 본능'
“불통처럼 보이지만, 한번 바뀌면 무섭게 변하는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한 여권 고위 인사가 20일 한 말이다. 그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공산주의나 반국가세력이 아닌 반성과 소통을 얘기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특유의 위기 본능이 발동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여권 인사들이 거론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1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윤 대통령이 보여준 변화다.
당시 각종 실언과 강경 발언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추격을 받던 윤 대통령은 그해 1월 1일 신년인사에서 “저부터 바꾸겠다”며 큰절을 올렸다. 그 나흘 뒤, 매머드급 선대위를 실무진과 청년 중심의 선거대책본부로 개편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며 “대선 후보는 연기만 하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종인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도 결별했다.
윤 대통령은 선대위 개편 다음 날 아침엔 여의도역을 찾아 출근길 인사를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여권 관계자는 “시민들의 반응이 정말 쌀쌀맞았다”며 “윤 대통령이 스스로 회초리를 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날 저녁엔 갈등의 골이 깊게 팼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서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며 극적으로 화해했다.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1월 7일)’‘병장 월급 200만원(1월 9일)’ 등 청년 보좌진의 의견을 수용한 한 줄 공약을 쏟아냈고, 지지율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었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지금 윤 대통령이 느끼는 위기의식도 이때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도 잇따르는 중이다. 18일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분골쇄신하라”고 했던 윤 대통령은 19일엔 “나도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 모든 참모는 현장에 나가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선거는 여론조사와 다르다”며 “민심이 숫자로 드러난 만큼, 그 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때와 현재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중엔 매력적인 공약과 후보의 태도 변화만으로도 여론을 되돌릴 수 있었다면, 대통령인 지금은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장을 찾아 국민의 생생한 민심을 들을 것”이라며 “변화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보검이 청혼해도 안 받을까? '38세 미혼' 연애전문가 팩폭 | 중앙일보
- 칠남매 중 "아들 둘에게만 땅 준다"…부친 생전 영상의 반전 | 중앙일보
- '쌍둥이 아빠' 이휘재, 최소 60억 벌었다…청담동 빌라 매각 | 중앙일보
- 휴일에 출근한 8급 공무원…SNS 올린 이 사진 한 장에 징계 | 중앙일보
- "좋은 기 빼앗길까봐" 추측 무성…7년째 문닫힌 삼성 건물 정체 | 중앙일보
- 외계인 고문해 만들었다는 F-22…세계 최강인데 퇴역 고민, 왜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너 해봤어?" 친구가 권한 약…살점 떨어지고 뼈 드러났다 | 중앙일보
- 2조600억짜리 '한국판 아우토반' 뚫릴까…尹, 재차 언급한 이곳 | 중앙일보
- '불닭' 해외서 더 잘 나간다…글로벌 챌린지 '7억뷰 대박' | 중앙일보
- 광고서 이선균 얼굴 내렸다…마약 의혹에 광고계 손절 움직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