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처럼 보여도 무섭게 변해"…이준석 끌어안던 尹 '위기 본능'

박태인 2023. 10.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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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6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불통처럼 보이지만, 한번 바뀌면 무섭게 변하는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한 여권 고위 인사가 20일 한 말이다. 그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공산주의나 반국가세력이 아닌 반성과 소통을 얘기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특유의 위기 본능이 발동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여권 인사들이 거론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1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윤 대통령이 보여준 변화다.

2022년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이 선대위 신년인사회에서 구두를 벗고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각종 실언과 강경 발언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추격을 받던 윤 대통령은 그해 1월 1일 신년인사에서 “저부터 바꾸겠다”며 큰절을 올렸다. 그 나흘 뒤, 매머드급 선대위를 실무진과 청년 중심의 선거대책본부로 개편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며 “대선 후보는 연기만 하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종인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도 결별했다.

윤 대통령은 선대위 개편 다음 날 아침엔 여의도역을 찾아 출근길 인사를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여권 관계자는 “시민들의 반응이 정말 쌀쌀맞았다”며 “윤 대통령이 스스로 회초리를 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날 저녁엔 갈등의 골이 깊게 팼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서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며 극적으로 화해했다.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1월 7일)’‘병장 월급 200만원(1월 9일)’ 등 청년 보좌진의 의견을 수용한 한 줄 공약을 쏟아냈고, 지지율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었다.

2022년 1월 6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지금 윤 대통령이 느끼는 위기의식도 이때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도 잇따르는 중이다. 18일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분골쇄신하라”고 했던 윤 대통령은 19일엔 “나도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 모든 참모는 현장에 나가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선거는 여론조사와 다르다”며 “민심이 숫자로 드러난 만큼, 그 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제63차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다만, 선거 때와 현재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중엔 매력적인 공약과 후보의 태도 변화만으로도 여론을 되돌릴 수 있었다면, 대통령인 지금은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장을 찾아 국민의 생생한 민심을 들을 것”이라며 “변화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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