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대장' 김영도 전 의원, 99세로 별세

2022년 10월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장을 역임한 김영도 전 의원이 백수(白壽)를 맞아 ″나의 마지막 강의 : 당신은 알피니스트입니까″로 고별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77년 고(故) 고상돈(1948~1979) 대원 등을 이끌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 등정에 성공한 김영도 전 의원이 21일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아시아산악연맹은 김 전 의원이 이날 오후 5시쯤 경기도 의정부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24년 10월 18일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고보,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중학생 때 일본의 오시마 료키치가 쓴 『산-연구와 수상』(1930)이라는 책을 접한 뒤 취미로 영어·일본어·독일어 등산 서적을 읽었다. 6·25 전쟁 중 학도지원병으로 입대해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김 전 의원은 1956년부터 약 7년간 성동교 교사로 일한 뒤 1963년 민주공화당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973~1979년 제9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당 선전부장 겸 산악회장이던 1970년 전국 주요 명산에 인수산장·권금성산장·노고단산장 등 산장과 대피소 35개를 건립하는 사업을 벌였다.

1971년~1976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1976년~1980년 제7대 회장을 역임했다.

1978년 북극 탐험을 하고 돌아온 김영도 전 의원을 동료 의원들이 환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한산악연맹 회장이던 1977년 9월 15일, 고인은 한국 등반대(18명)를 이끌고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했다. 국가 기준으로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8번째였다. 1977년은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해이기도 했다.

1977년 6월 16일 선발대, 7월 2일 본대가 네팔로 떠났다. 1차 공격조로 박상열 부대장과 셰르파 사디앙 푸르바는 설벽인 힐러리 스텝(8790m) 앞에서 산소가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해 등정에 실패했다.

2차 공격조로 고상돈 대원과 셰르파 펨바 노르부가 나섰다. 이들은 9월 15일 낮 12시 50분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1978년에는 그린란드 탐험에 나서 북위 80도 2분 7초(북극은 북위 66도 33분)까지 진출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세계 8번째의 북극권 원정이었다.

전날(20일)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린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에서 특별 공로상으로 선정된 산악인 김영도 고문(99세)을 대신해 아들이 무대에 올라 대리 수상을 하고 엄홍길 집행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저서로는 『나의 에베레스트』(1980), 『우리는 산에 오르고 있는가』(1990), 『산의 사상』(1995), 『에베레스트 ’77 우리가 오른 이야기』(1997),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2005), 『서재의 등산가』(2020) 등이 있다.

고인은 대한산악연맹이 201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대한산악연맹을 빛낸 50인’에 선정됐고, 별세 하루 전인 20일 울주국제산악영화제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았으나 건강상 문제로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지며 발인은 오는 24일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