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기준 선정에 대한 고민 [취재수첩]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는 기업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투자자 관심이 높을수록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고평가 논란의 핵심은 비교기업(피어그룹)의 구성이다. 비교기업이 실적 대비 몇 배 몸값으로 평가받는지에 따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가치도 영향을 받는다.
때로는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와인 수입·유통 업체 A사는 비교기업에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B사를 넣어서 논란을 빚었다. B사에 글로벌 샴페인 계열사가 있다는 점에서 아예 연관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주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모빌리티 플랫폼 C사는 국내 유사 업체들을 비교기업에서 제외하고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해 시끄러웠다. 결국 A사와 C사는 모두 논란이 된 비교기업을 교체했다.
최근 수요예측에 나선 서울보증보험도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보증보험은 삼성화재·DB손해보험·코파스·트래블러스로 비교기업을 구성했다. 그중 트래블러스를 비교기업에 포함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종합보험회사인 트래블러스와 서울보증보험의 매출 편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국내 톱 손해보험사와 서울보증보험을 비교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서울보증보험이 유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가 없는 상황에서 재무나 주주 환원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비교기업을 적절히 선정했다”고 평가했다. 이종 비교기업을 포함하거나 국내에 충분히 비교 가능한 기업이 있지만 외면한 사례와는 다르다. 무조건 지적하기 전에 이처럼 제대로 된 비교기업이 없을 때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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