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고 ‘장기 숙성 카바’ 생산자 명성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레카레도 와이너리는 1924년 증류기 기술자이자 와인 양조가며 명문 도예가 가문에서 태어난 주셉 마타 카펠라데스가 말 그대로 ‘손수’ 만든 와이너리다. 산트 사두리 다노이아(Sant Sadurni d‘Anoia) 지역에 위치한 본인 집을 한 자루의 곡괭이와 삽만으로 개조했다. 가정집을 카바 양조장으로 개조하기 위해 지하실을 파고 지하 저장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친 레카레도 마타 피구에레스(Recaredo Mata Figueres)의 본명을 따서 레카레도라는 상표로 와인을 출시했다.
레카레도 와이너리는 오늘날에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 숙성된 스파클링 와인 카바를 보관할 수 있는 지하 저장고이자 스페인 최고 카바 생산자로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3대인 톤 마타 카노바스가 와이너리 경영을 물려받았다.
레카레도는 차별화된 와인 생산으로도 주목받았다. 숙성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창업주 주셉 마타 카펠라데스는 프랑스 샹퍄뉴 등지에서 주로 사용한 ‘크라운 캡(병뚜껑)’이 아닌 고가의 ‘자연산 코르크 마개’를 사용했다. 황토와 석회암으로 구성된 토양,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적절한 강우량 덕분에 품질도 좋다.
1990년 지하 셀러 운영 경험을 토대로 분석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장기 숙성 카바를 선보였다. 2006년부터 화학 비료와 제초제, 살균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말꼬리, 캐모마일, 쐐기풀, 톱풀 등을 사용한 ‘바이오 다이내믹’ 포도 재배 방식을 채택했다. 2010년에 페네데스 와인 산지에서는 최초로 바이오 다이내믹 인증을 받은 생산자가 됐다. 그해 스페인 단일 토착 포도 품종인 ‘샤렐·로(Xarel·lo)’로 만든 ‘투로 덴 모타(Turo d’en Mota)’ 1999 빈티지는 지금까지도 명품 와인으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카탈루냐 소믈리에 협회(ACS)는 2017년 레카레도 와이너리를 ‘카탈루냐 최고의 와이너리’로 선정하기도 했다.
곡괭이·삽으로 집 개조해 만든 지하 저장고…2024년 창립 100주년
2019년 레카레도 와이너리는 고품질 카바 와인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8개 가족 와이너리와 함께 유럽연합(EU)의 민간인증제도 ‘코르피나트(Corpinnat·페네데스의 심장)’를 창립했다. 코르피나트 창립으로 더욱 엄격한 품질 경쟁을 통해 국제 스파클링 와인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24년은 레카레도 와이너리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해로 큰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와이너리에 방문해 지하 셀러에서 2대 안토니 마타(Antoni Mata)가 직접 따라 주는 ‘리저브 파티큘라 2013(Reserva Particular/Brut Nature Llarga Crianca 2013)’을 시음했다. 1950년부터 1955년까지 재배한 토착 품종 샤렐·로 44%와 마카베우(Macabeu) 56%로 블렌딩했다. 색상은 맑고 밝은 수정 같은 황금색을 띠고 아로마는 사과, 배, 살구, 호두, 아몬드, 라임, 파인애플, 시트러스, 바나나, 열대 과일, 흰 꽃 향이 풍부했다. 입안 가득히 풍기는 상쾌한 산도, 시트러스 풍미가 아주 우아했으며 균형감과 긴 여운이 인상적이었다. 음식과 조화는 캐비아, 훈제연어, 꽃게찜, 생선회, 해산물, 스시,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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