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미래, 완전무인차 대구 한복판을 달리다
[김종철 기자]
▲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 19일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서 양산형 완전 무인 모빌리티 ‘Project MS’ 와 ‘Project SD’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은 SD의 앞모습. SD는 ‘Small delivery’의 약자로 무인 배송 모빌리티를 타깃하는 차량 플랫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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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앞쪽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이어 옆쪽 조수석의 대형 모니터에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시 엑스코 전시장앞 사거리. 기자가 탔던 카니발 차량은 좌회전을 위해 정지선에 있었다. 좌회전 화살표 방향이 켜지자, 차량은 스스로 신호를 알아차리고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엑스코 전시장에서 동대구 케이티엑스(KTX)역까지 약 6킬로미터 구간이다.
운전자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 혼자 주변의 수많은 차량, 보행자 등을 알아채고, 교통신호와 속도 등 법규까지 지켜가면서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 사람의 개입 없이 거의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운전대는 교통의 흐름에 따라 좌우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조수석 대형모니터에는 도로 위로 움직이는 많은 차량뿐 아니라 주변 건물과 움직이는 물체 등에 대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자율주행 실증을 위해 개조한 기아 카니발 차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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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잘 느끼시지 못하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우리 차량이 횡단보도를 처음 인식했을때 빨간불이었고, 가까이 접근했을 때 녹색으로 바뀌었어요. 실시간으로 교통신호의 변화를 인식하고 교통 흐름에 맞춰 주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같은 정보는 조수석에 놓여있던 대형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차량은 알아서 속도를 크게 줄였고, 우회전에 앞서 횡단보도 앞에 잠시 멈췄다. 이어 신호에 맞춰 오른쪽으로 돌아 나갔고, 1차선에 접어든 차량은 다시 왼쪽 신호와 함께 2차선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시속 30킬로미터 구간에 맞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권 팀장은 "법규를 잘 지키는 모범운전사가 움직이는 차량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약 20여분, 그렇게 안전하게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시승차량 내부. 조수석쪽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차량 주변의 수많은 교통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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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대자동차에서 선보였던 자율주행보다 한 차원 높아진 듯했다. 그동안 자율주행 시승의 경우 대체로 도로 구간이나 교통 흐름이 일정하고, 통제 가능한 구간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처럼 대구 시내 일반 도로구간에서 레벨4에 준하는 자율주행 실험은 처음이다.
이날 실험 시승의 소프트웨어를 만든 업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 라는 회사다. 지난 2018년에 만들어진 토종 자율주행전문 스타트업이다. 현대차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하던 직원 4명이 나와서 만든 회사다. 이들은 현재 전국 10여 개 도시와 공공기관 등에서 30여 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누적 주행거리만 30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번 대구시내 일반도로 자율주행은 이 회사에도 도전 과제였다. 유병용 플랫폼개발본부장(부사장)은 "이번 대구모빌리티 엑스포 기간에 맞춰 자율주행 실증에 나서게 됐다"면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실증 도로에 대한 지도 작업 등 빠듯한 준비시간과 개발 실험 중인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권익환 팀장도 "이번 실험차량도 기존 다른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것을 엑스포를 위해 가져온 것"이라며 "짧은 시간에 일반 시내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고,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실증 차량으로 쓰인 기아 카니발. 차량 앞쪽을 비롯해 양 옆으로 각종 레이더와 센서 등이 들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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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기자가 탄 시승차량은 기아의 카니발이다. 게다가 가상으로 운전자가 없을 때를 가정으로 한 자율주행 실험이었다. 물론 현행법상 운전석에는 사람이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운전석에 연구원이 앉았다. 이날 대구시내 주행에서 보여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은 운전자가 없더라도 충분히 운행이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물론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실제 운행 중에 있다. 미국 지엠과 구글 등이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를 두고, 최근 들어 시내주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여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작년말 자산가치 1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자율주행 합작회사였던 '아르고 AI'가 파산할 정도로,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유 본부장은 "글로벌 자율주행시장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신기술이라는 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한지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만 아닌 (우리 기술을 담을 수 있는) 하드웨어까지 만들어 내고, 이를 전국의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을 통해 실증적인 결과를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 19일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서 양산형 완전 무인 모빌리티 ‘Project MS’ 와 ‘Project SD’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은 SD의 옆모습. SD는 ‘Small delivery’의 약자로 무인 배송 모빌리티를 타깃하는 차량 플랫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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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 19일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서 양산형 완전 무인 모빌리티 ‘Project MS’ 와 ‘Project SD’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은 MS의 앞모습. ‘Middle Shuttle’의 약자로 버스를 타깃하는 무인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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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대구서 열린 '미래모빌리티 엑스포' 기간에 자체 개발한 완전 무인자동차 2종을 선보였다. 프로젝트 엠에스(Project MS)와 프로젝트 에스디(Project SD)다. 디자인부터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갖춘 이들 2개 차종의 시장은 명확했다. MS는 '미들셔틀'의 약자로, 버스를 타깃으로 하는 무인차량이고, SD는 '스몰딜리버리'로 소규모 무인 배송시장을 공략한다는 것.
이들 차량에는 기자가 경험한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시스템이 들어가며, MS에는 최대 12명까지 탈 수 있다. SD에는 최대 300킬로그램까지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유 본부장은 "이들 차량에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센서 고장이나 오작동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수십여 대를 만들어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실증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 차량은 지자체 등과 협력해 교통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투입된다. 이어 오는 2025년에 좀 더 운행가능 범위를 넓히고, 많은 차량을 선보인다는 것. 2030년까지 연간 1000여 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도 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이드 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종합순위에서 13위를 차지했다. 국내 순수 토종업체가 자체 기술과 실증 경험 등을 토대로 이같은 위치에 올라선 것은 유일하다. 게다가 급변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시장상황에서 340억 원에 달하는 자본유치에도 성공했다. 그만큼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편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움직일 수 있는 꿈의 이동수단.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고 여전하다. 5년 차 국내 토종 젊은 기술인의 도전은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 국내 토종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 19일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서 공개한 양산형 완전 무인 모빌리티 ‘Project MS’와 ‘Project SD’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은 MS의 옆모습. ‘Middle Shuttle’의 약자로 버스를 타깃하는 무인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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