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추천한 론볼 덕에 세상 밖으로, 남편 대신 금메달 따야죠" [여기는 항저우]

윤승재 2023. 10.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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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론볼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 후 인터뷰에 나선 이미정.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남편 덕에 론볼을 시작했는데, 남편 몫까지 금메달 따야죠."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론볼 예선 조별리그 1차전이 시작된 21일 오전 중국 항저우 원후이 스쿨 론볼 경기장에서는 2개의 그린에 마련된 총 16개의 각 링크에서 쉴틈 없이 예선전 경기가 열렸다.

론볼 국가대표 이미정(B6·경기도장애인론볼연맹)은 인도의 데비 니르말라를 약 1시간 45분 만에 21-3으로 압도하고 경기를 끝냈다. 

압도적인 스코어로 1차전을 일찍 끝냈지만, 이미정은 오히려 "힘 조절이 전혀 안 됐다. 너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내 실력이 너무 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공이 인조잔디의 골을 타 스핀이 안 들어가 그대로 뻗어 버리기도 하고, 잔디가 굉장히 미끄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미정은 "모든 선수가 다 똑같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누가 가장 빨리 적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너무 긴장해서 가슴이 쿵쾅쿵쾅 떨리고 손까지 떨리고 미치겠더라"라며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이우명 론볼 국가대표팀 감독도 "경기는 이겼지만 이미정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그를 격려했다.

21일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론볼 조별리그 첫 경기에 출전한 이미정(오른쪽).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미정은 21살의 나이에 척추 염증 수술을 받았고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수술 중 신경에 문제가 생겨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한다. 이미정은 "1989년 1월 27일, 내 장애인 생일이다"라며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며 이미정은 론볼 선수로 활동했던 남편 심정식(스포츠등급 B7·시흥시장애인론볼연맹)의 권유로 론볼을 시작하며 다시 삶에 대한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 심정식은 2019년 말레이시아 론볼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복식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국내 정상급 선수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1년 미뤄진 덕분에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항저우 땅을 밟은 이미정은 "남편은 자주 국가대표를 했지만 아시아경기대회 선발전에서는 늘 탈락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자기 몫까지 다 하고 오라더라.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우명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9개 종목 중 금메달 7개를 기대한다"며 "모든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거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을 보탰다.

항저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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