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 나이 쉰에도 공을 놓지 않는 이유, “론볼이 저를 밖으로 이끌었죠”
윤승재 2023. 10. 21. 17:38
“론볼이 저를 밖으로 이끌었죠.”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APG) 정식 종목인 론볼은 ‘잔디 위의 컬링’이라 불린다. 공을 굴려 표적에 더 가까이 붙이는 팀이 점수를 얻는 스포츠다. 컬링과 차이가 있다면 표적구(잭)가 이동한다는 것과 실내가 아닌 야외 잔디에서 경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장애인 스포츠로 분류돼 있지만, 대회가 아닌 동호인 스포츠에선 공을 굴릴 수만 있다면 비장애인과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그만큼 론볼은 신체적 한계와 물리적 제한이 적은 스포츠로, 이러한 론볼의 매력은 많은 장애인 선수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항저우 APG 론볼 대표팀 이미정(55·경기도장애인론볼연맹)은 지난 20년간 대부분을 집에서만 보냈다. 20대 초반에 받은 척추 수술로 하지가 마비된 그는 “장애를 입은 후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줄 알았다”라며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하지만 불현듯 찾아온 인연이 그를 밖으로 인도했다. 나이 마흔, 이미정은 남편을 따라 시작한 론볼의 매력에 푹 빠졌다.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동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햇빛이 드는 필드 위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스포츠 중 유일하게 비장애인 선수들과 겨뤄도 실력의 차이가 없는 게 론볼이다”라며 론볼의 매력을 설명한 이미정은 “론볼이 나를 밖으로 이끌었고, 론볼 덕분에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성격이 훨씬 밝아졌다. 병원에도 잘 안 가게 된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우명(73) 론볼 국가대표 감독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필드에 나와 공을 굴리고 있다. 동안의 비결을 "론볼"이라고 말한 그는 장애와 노화로 열 몇 개씩 먹던 약을 론볼을 접한 이후 한 개로 줄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2013년 론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이 감독은 “햇빛 아래서 운동을 하니까 몸이 건강해지고 웃는 일이 많아졌다. 야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론볼 덕분에 정신적 건강도 찾았다”라고 말했다.
2014 인천 대회와 2018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남자 단식 2연패를 달성한 임천규(51·부산장애인론볼연맹)도 론볼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25세 어린 나이에 당한 교통사고로 우울감에 빠져있던 그는 우연히 참석한 론볼 모임에서 웃음과 건강을 되찾았다. 재미 삼아 시작한 론볼은 그에게 희망을 안겼고, 열심히 공을 굴린 그는 현재 아시아 최정상 자리까지 올라 APG 무대를 빛내고 있다.
론볼을 통해 희망을 찾은 이들은 이젠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을 획득해 론볼이란 스포츠와 매력을 알리고, 선뜻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필드로 이끌어 용기를 심어주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천규를 필두로 한 론볼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7개를 노리고 있다. 21일 첫 경기를 마친 이우명 감독은 “잔디가 한국보다 공이 더 잘 나가는 환경이라 어려움이 있지만 선수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라며 메달 각오를 전했다.
항저우=윤승재 기자·항저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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