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지만 만나면 부숴버릴 것"…'동료→적' 아르테타 vs 포체티노 '시선집중'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첼시와 아스널이 22일(한국시간) 오후 1시30분 첼시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축구종가의 심장 런던에 소속된 두 팀이 꽤나 치열한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팀의 사령탑이 주고받은 덕담도 화제다.
21일(한국시간)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과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첼시 감독은 각팀 클럽하우스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연 뒤 서로에 대해 "가족같은 사이"라고 표현하며 우애를 드러냈다.
아르테타 감독은 "포체티노는 내 선수 커리어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동료였다"며 포체티노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냈다. 포체티노 감독 또한 아르테타 감독을 두고 "감독계의 'GOAT(역대 최고)'가 될 사람"이라며 화답했다.
포체티노와 아르테타는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2001년 바르셀로나 2군에서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에 임대된 17살 소년 아르테타는 같이 입단한 '동기'이자 축구 10년 선배인 포체티노와 호텔에서 같은 방을 쓰며 친해졌다. PSG에서 첫 프로무대를 밟은 아르테타와 이미 베테랑 수비수로 이름을 날리던 포체티노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아르테타는 첼시전 앞둔 기자회견에서 "나와 포체티노는 같은 시기에 PSG에 도착했고 3개월 동안 같은 호텔방을 썼다. 그가 날 어린 동생처럼 돌봐줬다"며 "포체티노는 PSG에서 거둔 내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됐다. 내게 많은 충고를 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했다.
아르테타는 이어 "난 불어를 할 줄도 몰랐고 PSG가 내 첫 프로팀이었기 때문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경기장에 던져진 뒤 '너 선발이니까 뛰어'라는 식으로 대우 받았다"며 "포체티노는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는 내가 큰 도움이 됐고 그와 함께 살았던 날들이 내 커리어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 나고 자란 아르테타가 17살에 처음으로 전혀 다른 언어를 말하는 프랑스에 도착했을 땐 분명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러니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 포체티노의 도움에 많은 의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테타는 "포체티노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도 사람을 더욱 신중하게 만든다"며 "내게 '어젯밤에 어디갔었어?'하며 실수할 때마다 날 몰아세우며 바로잡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포체티노에게 매우 감사하다. 내가 선수와 감독 생활 하는데 있어 필요한 자질을 끌어낸 사람"이라며 거의 스승급으로 칭송했다.
가만히 있을 포체티노가 아니다.
포체티노 역시 아르테타를 극찬하며 화답했다. 그는 "아르테타와 함께한 기억은 뜻깊다. 우린 축구에 대한 열정과 가치를 나눴다"고 밝히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포체티노는 이어 "아르테타가 지금 보이는 성적이 전혀 놀랍지 않다"며 "이미 17살 때 부터 감독의 자질을 드러냈다"고 밝혀 '떡잎'이 '될성부른 나무'가 됐다고 칭찬했다. 또한 "아르테타는 어린 감독임에도 현재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하나"라고 전하며 "전술적인 면모 뿐 아니라 선수단과 언론, 구단 관계자 등을 관리하는 방식이 매우 현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중요한 리그 경쟁을 앞두고 사적인 감정이 드러날 순 없다. 포체티노의 첼시는 현재 8경기 3승 2무 3패로 11위에 그친 상태다. 반면 아르테타가 이끄는 아스널은 8경기 6승 2무를 기록하며 토트넘에 다득점에서 뒤진 리그 2위다. 포체티노는 반등을 위해, 아르테타는 리그 1위 고지에 오르기 위해 승리가 간절한 상황이다.
포체티노는 "그는 친구 이상인 가족과 같은 사이지만, 경기는 이겨야한다"며 "상대를 부숴버릴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르테타 또한 "팀 동료에서 출발했지만 이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두 팀을 맡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경기 날에는 그에게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라며 옛 정은 뒤로 하겠다고 했다.
아르테타와 포체티노가 사령탑으로 격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테타는 지난 2019년 12월 아스널의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포체티노는 불과 한 달 전인 2019년 11월 토트넘 홋스퍼에서 경질됐기 때문이다.
포체티노가 지난 5월 첼시의 사령탑을 맡으며 프리미어리그로 복귀, 첫 전투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한편, 아스널과 첼시의 이번 맞대결에서는 친정팀을 상대하는 아스널 선수들의 면면도 보인다.
지난 여름 첼시에서 아스널로 이적한 카이 하베르츠와 조르지뉴가 그 주인공들이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21일 "하베르츠가 아스널에서 현재 12경기 1골을 넣는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며 "옛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특히 관심이 쏠린다"고 전한 바 있다.
아스널의 '에이스' 사카와 수비수 윌리엄 살리바가 부상으로 이번 첼시전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첼시의 엔소 페르난데스와 모이세스 카이세도 또한 지난 A매치 기간때 남미에서 경기를 치른 뒤 급하게 복귀하기 때문에 몸상태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감독의 전술적 역량으로 상대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브닝 스탠더드, 데일리 메일, 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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