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아 자랑?…'일본인이 촬영' 가슴 드러낸 조선 여인 사진, 獨박물관서 철거

이소진 2023. 10. 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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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훔볼트 포럼이 일본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젖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인 사진이 철거됐다.

20일(현지시간) 독일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은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에서 '물긷는 여인'이라고 이름 붙인 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인의 사진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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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스튜디오서 모델 세워 촬영"
"마치 독일인이 찍은 것처럼 전시"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 포럼이 일본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젖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인 사진이 철거됐다.

20일(현지시간) 독일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은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에서 '물긷는 여인'이라고 이름 붙인 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인의 사진을 철거했다.

훔볼트 포럼 한국유물특별전에 전시됐던 가슴을 드러낸 조선여인의 사진(위)이 20일(현지시간)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 전시됐던 곳(아래)이 텅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이 사진은 독일 베이징 공사관에 근무하던 아돌프 피셔가 19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는 설명과 함께 전시됐으나, 실제로는 일본인이 촬영한 사진으로 1890년대 중반부터 유통됐다. 1907년 일본인이 운영하는 경성사진관이 발행한 한국풍속풍경사진첩에 수록됐다.

사진은 '자랑스러운 어머니들'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 중기부터 여성들이 아들을 낳으면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수유하는 젖가슴을 드러내 자신이 아들을 낳았음을 보여줬다고 기재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독일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일본인이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세워서 촬영한 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성의 사진을 마치 독일인이 찍은 사진인 것처럼 전시했다"며 "조선 여성을 대상화하고 조선 문화가 열등하고 미개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본이 의도를 갖고 제작한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미개한 조선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사진이라는 지적이었다.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 측은 17일 한국언론의 보도가 이뤄진 직후 해당 사진을 내렸다. 또, 20세기 한국 비녀로 소개했던 일본 여성의 머리 장식 칸자시도 사라졌다.

연합뉴스는 19일 박물관 측에 전시물 제거와 관련된 입장과 향후 계획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

주독일한국문화원 관계자는 "다른 전시설명에 대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검토하고 있다"며 "전체 검토를 해서 보내주면 바로 시급한 것은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증 대상은 16건에 달한다.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은 지난 13일부터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폐쇄된 왕국에 대한 매혹'을 열고,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민속학박물관에 소장되었으나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시대(1392년~1910년) 등의 한국 유물 1천800여점 중 120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기간은 내년 4월 21일까지다.

훔볼트 포럼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희 전 베를린자유대 교수가 이끄는 훔볼트 포럼 민속학박물관 한국 소장품에 대한 연구프로젝트가 전시의 학술적 기초를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채용된 훔볼트 포럼 한국관 전담 큐레이터 마리아 소보트카씨가 기획한 첫 전시인 이 전시는 주독일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국립중앙박물관의 후원을 받았다.

김홍균 주독일한국대사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오류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과 훔볼트 포럼 측이 협의하고 있다"며 "훔볼트 포럼 측에서 전혀 수정할 게 없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논란이 있는 부분은 논의를 통해 협의하고 대화하고 협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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