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빈이 형의 승부수' 김태형…롯데는 그 만큼 간절하다

유준상 기자 2023. 10. 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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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 일정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 사령탑과 단장 체제로 팀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특히 지휘봉을 잡게 된 김태형 신임 감독에 대한 구단의 기대가 크다.

롯데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제21대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으로,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8월 말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신일고-단국대를 거쳐서 1990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001년까지 선수로 뛰다가 은퇴 이후에는 두산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두산을 이끌었고, 이 기간 동안 1149경기 645승19무485패(승률 0.571)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현역 감독 중에선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 중인 지도자다. 현직 감독이 아닌 인물까지 포함하면 김응용(1554승)·김성근(1388승)·김인식(978승)·김재박(936승)·강병철(914승)·김경문(896승)·김영덕(707승)·류중일(691승) 감독에 이어 통산 감독 승수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만큼 순위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두산의 전성기를 이끈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2015~2016년과 2019년에는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투수 친화적인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도 '스몰볼'보다는 '빅볼'에 가까운 야구를 추구하며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렸고, 단기전에서는 과감한 선수 운영을 선보이는 등 많은 팀들을 긴장케 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잠시 현장을 떠난 김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변신, 올 시즌 SBS스포츠에서 마이크를 잡고 시청자들을 만났다.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솔직하면서도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해설에 많은 팬들이 공감했다.

그랬던 김 감독이 1년 만에 다시 현장의 부름을 받게 됐다. 이미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한국시리즈 우승 3회로 지도력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 선수단 체질 개선이 필요한 점 등에 있어서 롯데 구단은 김태형 감독보다 더 좋은 지도자를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그동안의 행보를 감안했을 때 롯데의 이번 결정은 다소 과감했다는 평가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40년간 20명의 사령탑이 거쳐갔고, 평균 재임 기간은 2년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우승을 경험했던 지도자는 강병철, 백인천 감독뿐이었다.

롯데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 명의 지도자와 함께했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와 래리 서튼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포스트시즌에 오른 시즌도 있었지만, 팀의 궁극적인 목표인 '우승'을 이룬 지도자는 없었다.

롯데가 김 감독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92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한 롯데이기에 그 어느 팀보다도 우승이 간절하다.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부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마음이다.

김태형 감독도 구단이 원하는 바를 모를 리가 없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김태형이라는 감독을 선택해주신 롯데팬들과 신동빈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성적은 저조했으나 롯데는 이미 신동빈 회장의 각별한 관심을 지난해부터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90억원 유상증자를 의결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자이언츠는 부채비율 개선과 이자비용 절감 효과, 투자 및 시즌 운영 자금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증자가 이뤄질 무렵 간판 선발 투수 박세웅 선수와 FA에 준하는 다년 계약(5년 총액 90억원)을 구단 최초로 체결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우승할 수 있는 감독 김태형을 데려와 업그레이드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오는 24일 취임식을 진행한 이후 이튿날 상동야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질 예정으로, 마무리 훈련부터 선수들을 두루 살피며 2024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우승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은 '김태형호'의 여정, 그리고 롯데의 여정이 시작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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