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다룬 '크러시', 결국 한국에서 못 본다
[임병도 기자]
▲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는 유튜브에 올라온 예고편도 한국에서는 재생할 수 없다고 나온다. |
ⓒ 파라마운트 플러스 |
[기사 보강: 24일 오전 11시 56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해외에서 제작된 이태원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가 한국에서는 시청할 수 없어 논란이다.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현지 시각 17일 자체 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이태원 참사를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를 공개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파라마운트 플러스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예고편을 볼 수가 없다. 재생 버튼을 눌러도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음"이라는 안내문만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아이피 우회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본 결과 캐나다와 영국 등에서도 재생을 할 수 없었다며 "미국외 국가들은 다 막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크러시'(Crush)를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게 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취재 결과, <크러시>는 미국 지상파 C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OTT 서비스인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도 미국 IP에 한해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서비스 송출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파트너 관계인 한국 OTT 티빙에서 역시 프로그램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티빙이 파라마운트의 파트너사이긴 해도 배급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것. 현재까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외 모든 국가에서 배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티빙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을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과 112 신고 녹취록 |
ⓒ 파라마운트 플러스 |
'크러시'(Crush)는 이태원 참사 당시 촬영된 휴대폰 영상과 CCTV, 생존자 인터뷰 등 15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참사가 벌어진 좁은 골목의 상황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서 설명하며 사고 원인도 나름대로 분석했다.
다큐멘터리에는 112 신고에 접수된 구조 요청 녹취록을 통해 긴박했던 상황을 들려주는 동시에 비명 소리가 난무했던 현장의 모습도 보여줌으로써 당시가 얼마나 처절했던 순간인지 느끼게 한다.
여기에 친구를 설득해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혼자만 살아남은 한국인 생존자, 수십 명을 구조한 주한 미군, 외국인 관광객 등 참사를 목격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인터뷰도 담았다. 그들이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세월호 참사 당시 영상 |
ⓒ 파라마운트 플러스 |
'크러시'(Crush)에는 '정치적' 장면도 여럿 등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찾는 모습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유가족이 소리치는 장면, 국정조사, 유가족들의 집회 등이 그것이다.
'크러시'(Crush)의 총괄프로듀서인 제프 짐발리스트는 영국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자주 시위가 벌어져 대규모 군중을 다루는 경험이 많이 있는데 왜 유독 이태원 참사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구현되지 못했는지 묻는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태원 참사와 더불어 두 사건에 유독 젊은 세대가 사망했다고 지적한다.
조시 게이너 프로듀서는 "한국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계속해서 나온 말이 트라우마였다"면서 "(이태원 참사는) 테러 공격도 총격 사건도 아니다. 아무 죄도 없는 젊은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절대 상상할 수 없는 희생자가 됐다"고 말했다.
▲ 다큐멘터리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글 |
ⓒ 파라마운트 플러스 |
'크러시'(Crush)의 마지막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오래 전처럼 느꼈던 참사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희생자를 기억하면서 무책임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2022년 10월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무 죄 없이 고통 속에 죽어야만 했다.
'크러시'(Crush)는 세월에 따라 잊혀져가는 한국인의 다짐을 외국인들이 기억하게 만든 다큐멘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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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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