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NC '준PO 충돌', 화끈한 타격공방 기대
[양형석 기자]
올해도 이변은 없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두산 베어스를 14-9로 꺾었다. 서호철이 4회 역전 만루홈런을 포함해 6타점을 폭발했고 포수 김형준도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이로써 NC는 '정규리그 4위는 5위에게 패해 탈락한 적이 없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법칙을 9년째 이어가게 됐다.
가을야구의 첫 번째 관문을 가볍게 통과한 NC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3위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SSG랜더스를 상대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 2021년 3전2선승제로 열리던 준플레이오프가 작년부터 다시 5전3선승제로 돌아온 만큼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SSG와 NC의 전력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진검승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양 팀은 정규리그에서 반 경기 차이로 순위가 갈렸고 맞대결 역시 8승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정규리그 팀 홈런 부문에서 1위(125개)를 기록한 SSG는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한 방을 보유한 구단이다. NC는 팀 홈런 5위(98개)로 중간 정도에 머물렀지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3개의 홈런포를 포함해 4개의 장타를 터트리며 두산 마운드를 무섭게 두들겼다. 많은 야구팬들이 SSG와 NC가 격돌하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화끈한 타격공방을 주고 받는 공격야구를 기대하는 이유다.
[SSG랜더스] '디펜딩 챔피언'의 경험 보여줄까
SSG는 전쟁을 방불케 했던 치열한 3위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됐지만 올해 정규리그 성적에 만족할 수 없었다. SSG는 작년 시즌 개막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KBO리그 역대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팀이었기 때문이다. SSG는 한국시리즈에서 여유롭게 기다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 칸씩 단계를 밟아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작년 김광현과 윌머 폰트(이상 13승), 노경은(12승)까지 3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했던 SSG는 올해 10승투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30경기에 등판해 168.1이닝을 소화하고도 9승에 머물렀고 전반기 1선발 역할을 해준 커크 맥카티는 지난 9월2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내복사근 통증으로 강판되며 9승으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그나마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오원석이 선발투수로 8승을 올리며 제 역할을 해줬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작년과 달리 전문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76경기에 등판한 베테랑 노경은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홀드 시즌을 만들었다. 42세이브로 생애 첫 세이브왕에 등극한 마무리 서진용 역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세이브왕과 30홀드 투수를 보유한 SS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16(5위)에 불과했다. 최민준과 이로운, 고효준 등 나머지 불펜투수들이 더 분발하지 않으면 상승세의 NC타선에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
SSG의 간판타자 최정은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홈런왕 경쟁에 끝까지 나서지 못했음에도 노시환(한화 이글스)에게 단 2개가 부족한 29홈런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만 72경기를 소화한 최고의 베테랑인 만큼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SG의 타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올해 외국인 타자 중 최고타(.323)을 기록했고 호타준족 외야수 하재훈도 본격적인 타자전향 2년 만에 재능을 꽃 피웠다.
주전 대부분이 최소 1개 이상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SSG의 풍부한 경험은 3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NC를 능가한다. 다만 KBO리그 '최고령 듀오' 추신수와 김강민을 비롯해 노경은,고효준,최정,김광현,김성현,이재원,최주환 등 노장 선수가 많은 것이 단기전에서 어떤 영향을 끼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과 SSG선수들은 올해 가을야구를 준플레이오프로 짧게 끝낼 마음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NC다이노스] WC 결정전의 상승세, 준PO까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3회까지 두산에게 0-3으로 끌려갈 때만 해도 어쩌면 NC가 역대 최초로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겠다고 예상한 야구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NC는 4회말 공격에서 홈런 2방으로 단숨에 5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고 8회말 공격에서 무려 6점을 올리는 '빅이닝'을 완성하며 두산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그렇게 NC는 가을야구 첫 상대였던 두산을 넘고 SSG와 맞붙을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선발투수 태너 털리가 4이닝7피안타5실점으로 실망스런 투구를 선보였다. 태너가 정규리그 11경기에서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던 투수임을 고려하면 NC로서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부진이었다. 하지만 NC는 좌우 불펜의 핵심 김영규와 류진욱이 3이닝 비자책 1실점을 합작했고 타선도 적재적소에 폭발했다. 그 결과 NC는 마무리 이용찬의 1.1이닝 3실점 난조에도 어렵지 않게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NC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투수부문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에이스 에릭 페디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맞아 팔뚝을 다친 페디는 단순 타박상 증상을 받고 준플레이오프 등판을 위해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NC로서는 페디가 가장 확실한 필승카드가 되겠지만 페디가 1차전부터 정상적으로 선발 등판해 시리즈 전체를 이끌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NC에게 가장 고무적인 사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타자들이 컨디션을 대폭 끌어 올렸다는 점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하위타선의 김주원과 서호철,김형준 등 젊은 선수들이 7안타3홈런12타점6득점을 합작하며 자신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하위타선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경험 많은 상위타선과 시너지를 이룬다면 NC로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시리즈가 될 것이다.
올해 KBO리그는 LG트윈스와 kt 위즈, SSG,두산까지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 구단이 4개 팀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반면에 지방을 연고로 두고 있는 구단 중에서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은 창원 연고의 NC가 유일하다. NC는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지방구단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는 뜻이다. NC의 준플레이오프 결과와 올 시즌 최종성적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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