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차단되는 인터넷…인도에서 무슨 일이
모디 정부, 가짜 정보 확산 막고 혼란 방지 주장
하지만 기본권 침해 우려↑…인권 탄압 은폐 가능
인도 중앙·지방 정부가 자국 내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차단해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가짜 정보 확산을 막고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글로벌 비영리단체 억세스나우가 조사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인도 중앙·지방 정부가 법적 명령을 받아 통신사 등에 전달, 인터넷망을 차단한 횟수는 680번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는 2020년부터 이란(2위), 미얀마(3위)를 제치고 인터넷 차단 횟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인터넷 차단 건수 중 인도에서 발생한 건수의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보통 인터넷이 차단되면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 지속됐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가 온라인상에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막고 혼란을 방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종의 '디지털 블랙아웃'이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학대를 가하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또 경제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실제 인도 정부가 인터넷 차단을 한 사례를 보면 정권에 부정적인 내용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활용한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망과 인터넷 차단이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사례는 2019년 8월부터 인도 북부의 잠무-카슈미르 지역 분쟁이 있었던 시기다. 당시 인도 정부는 18개월간 인터넷망을 차단했다. 이때 모디 정부가 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을 인도의 통치권 아래로 넣는 과정에서 폭력 시위와 인도군의 강력한 탄압이 있었는데 이후 정부가 통신선을 막고 초고속 인터넷을 차단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인 카슈미르타임스 편집국장 출신의 아누라다 바신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WP에 당시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언론들이 보도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군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구금된 사람들을 고문했다는 의혹이 수주 뒤에나 기사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바신 연구원이 사법 당국에 이를 문제 제기해 인도 대법원이 2020년 정부의 인터넷 차단 요구는 제한된 기간 중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며 이류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인터넷 차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의한 인터넷 차단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 북동부의 마니푸르주에서 소수민족 간의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모디 총리와 여당인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이 주민인 300만명의 인터넷망을 차단했다. WP는 현지에서 인터넷이 갑자기 끊기면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고 병원도 온라인 시스템이 멈춰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 기간에 정부는 원하는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하며 어젠다를 장악했다.
이 외에도 지난 2월에는 라자스탄주의 11개 도시에서 학교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부정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인터넷망을 닫았고, 한 달 뒤인 지난 3월엔 탈주 중인 용의자를 잡는다며 펀자브주의 인터넷을 차단해 2700만명이 영향을 받았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인터넷 차단을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은 지난해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차단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러한 조치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차단하는 조치가 폭력을 심화하고 인권 침해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기구는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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