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유머를 무시했던 철학자들…웃음마저 통제되던 때가 있었다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소크라테스, 니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살면서 한 번쯤은 그의 이름을 들어봤음 직하다. 하지만 정확히 그가 어떤 인물인지, 그의 철학은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의 지혜를 찾든, 지적 호기심을 채우든, 힐링 목적이든 철학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지만, 지레짐작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철학을 쉽게 배우기 원하는 독자를 위한 교양서다.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24명의 철학자, 형이상학부터 유머 철학까지 23개 이론, 더미의 역설부터 트롤리 문제까지 7개 난제를 설명한다.
철학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만 서로 끝없이 질문을 주고받았던 게 아니에요(물론 철학의 발전에 그들이 이바지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정부 정책에서 불거지는 윤리적 문제들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요구하는 논리적 형식들까지, 철학은 실제로 우리 삶에 유용한 매우 쓸모 있는 학문입니다. - p.11, 「들어가는 글: 철학이란 무엇일까?」 중에서
‘pre-Socratic’이라는 영어 단어는 ‘이전, 앞’을 뜻하는 ‘pre’와 ‘소크라테스의Socratic’가 합쳐진 것으로, 독일 학자 헤르만 딜스가 1903년에 널리 퍼뜨린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가운데 여럿은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살았어요. 따라서 이 단어는 소크라테스 철학보다 먼저 나왔던 철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나 원리가 소크라테스 철학과 다르다는 점을 나타내는 말이에요. - p.16,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세상은 왜 변하는 걸까?」 중에서
공중에 떠 있는 어떤 사람을 상상해봅시다. 그 사람은 공중에 떠 있으면서 감각과 완전히 고립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다시 말해, 그는 자기 신체와도 감각적으로 접촉해 있지 않습니다). 이븐시나는 인간이 감각에서 고립되어도 자기의식이 있다고 봤어요. 감각 경험과 분리된 인간도 자신의 실존을 결정할 수 있고, 이것은 영혼이 신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비물질적 실체임을 보여줍니다. 이븐시나는 또한 이 설정이 이치에 맞기 때문에 영혼은 지성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결론을 끌어내지요. - p.42, 「이븐시나: 이슬람 황금시대의 철학자」 중에서
칸트는 철학이 주변 세상에 대한 사색보다는 우리 자신의 정신 능력에 대한 비판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친근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고, 우리 지식의 한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우리 정신의 과정들이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칸트는 우주를 관조하고 사유하기보다는 우리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철학이 던지는 여러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이런 면에서 칸트는 형이상학에서 인식론, 즉 앎에 대한 연구로 옮겨간 철학자라고 할 수 있지요 - p.102-103, 「이마누엘 칸트: 형이상학에서 인식론으로 내딛은 발걸음」 중에서
광증에 빠진 생애 말년에 니체는 여동생 엘리자베트 푀르스터 니체의 돌봄을 받았습니다. 극우파 반유대주의자 남편과 결혼한 엘리자베스는 니체의 저작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해서 출간했어요. 니체는 본인이 알지도 못하는 유명세를 얻었고 나중에는 나치의 아이콘이 되었죠. 왜곡되어 출간된 저작이 나치 이데올로기를 드높이는 데 쓰였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야 세상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진정한 신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 p.127, 「프리드리히 니체: 미친 철학자, 삶을 긍정하다」 중에서
유머에 주목한 철학자들은 유머의 기능, 유머가 인간관계를 나아지게 하거나 나빠지게 만드는 방식, 유머의 요건 등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유머를 얕잡아 보는 철학자가 많았어요. 플라톤은 웃음이 인간의 이성적 자제를 방해하는 감정이라고까지 말했죠. 그는 웃음이 사악하다고 했고, 희극을 즐기는 것은 일종의 경멸이라고 했어요.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 유머는 엄격한 통제하에 놓입니다. 수호자 계급은 웃음을 삼가야 해요. “희극을 만드는 자”가 시민들을 정신없이 웃게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 p.232, 「유머의 철학: 웃음에 대한 진지한 고찰」 중에서
시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논쟁에서 A 이론은 과거성, 현재성, 미래성 같은 분리할 수 없는 본질적 속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현대 철학자들의 시각입니다. 그들은 시간 속의 사건들이 이러한 A 속성들을 지니기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인 것이라고 주장해요. 이 이론의 기원은 존 맥태거트와 엘리스 맥태거트가 쓴 『시간의 비현실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둘은 ‘A 연속’과 ‘B 연속’이라는 개념으로 시간이라는 주제를 다뤄요. - p.257, 「A 이론: 시간은 위치들의 연속이다」 중에서
쌍둥이 지구라는 상상의 행성이 있습니다. 그 행성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지구와 똑같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지구인들과 완전히 일치하죠. 하지만 지구와 쌍둥이 지구 사이에는 딱 하나 차이가 있어요. 지구에는 물이 있지만 쌍둥이 지구에는 그 대신 XYZ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목적을 위해 시대 배경은 1750년경의 지구, 다시 말해 물의 화학적 구성인 H₂O가 발견되기 전으로 잡을게요. 쌍둥이 지구에는 비, 호수, 대양에도 물 대신 XYZ가 있습니다. 게다가 XYZ는 관찰 가능한 속성이 물과 비슷한데 미세한 구조만 달라요. 지구 주민들과 똑같은 쌍둥이 지구의 주민들은 자기네 행성을 지구라고 부르고, 그들 나름의 ‘영어’를 쓰고, XYZ를 ‘물water’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지구에 사는 오스카라는 인물과 그와 똑같은 쌍둥이 지구의 주민 오스카가 ‘물’이라는 단어를 쓸 때, 그들은 이 단어를 같은 의미로 쓰는 걸까요? - p.352, 「쌍둥이 지구: “의미는 우리 머리 안에 있지 않아!”」 중에서
인생 처음 철학 공부 | 폴 클라인먼 지음 | 이세진 옮김 | 현대지성 | 368쪽 | 1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지지율 최저 경신보다 더 큰 충격…"이재명·野로 표심 움직여" - 아시아경제
- "그런거인줄 몰랐어요"…빼빼로 사진 올렸다가 '진땀' 뺀 아이돌 - 아시아경제
- 커피 28잔 주문에 "완전 XX" 쌍욕한 배달기사…놀란 업주는 눈물 왈칵 - 아시아경제
- "한국여자 본받자"…트럼프 당선에 연애·결혼·출산 거부한 美여성들 - 아시아경제
- 야박한 인심, 바가지는 없다…1인당 한끼 '1만원' 들고 가는 제주식당들[디깅 트래블] - 아시아경
- 축복받으려고 줄 서서 마신 성수…알고 보니 '에어컨 배수관 물' - 아시아경제
- "혈당이 300"…몸무게 38㎏까지 빠져 병원 갔던 연예인 - 아시아경제
- 속도위반만 2만번 걸린 과태료 미납액 '전국 1등'…대체 누구길래 - 아시아경제
- "휴대폰도 먹통"…50년만에 베일벗은 에버랜드 '비밀의 은행나무숲'[조용준의 여행만리] - 아시아
- "한국 안 간다"며 여행 취소하는 태국인들…150만명 태국 몰려가는 한국인들 - 아시아경제